"내년 상반기까지 1400원대 유지" 전망
금융당국, 은행권 건전성 규제 유예 검토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이날 코스피 종가와 거래 중인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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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됨에 따라 외환시장 혼란은 차차 진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국내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달러 가치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환율이 당장 1,300원대로 복귀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
탄핵안 표결을 하루 앞둔 1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33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12·3 불법계엄 선포 직후 1,442원까지 급등했던 달러당 원화값은 계엄 조기 해제와 정부의 시장 안정화 조치 등으로 잠시 내려가는 듯했으나, 1차 탄핵 표결이 무산되고 9일 장중 1,438.3원까지 오르는 등 다시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과거 환율이 1,400원대를 넘나든 건 1997~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레고랜드 사태 등 세 차례에 불과했다. 그만큼 현재 환율은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정국 불안으로 절하된 원화 가치는 어느 정도 되돌려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은행은 15일 보도자료에서 “정치 프로세스와 관련한 예측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금융시장 변동성이 보다 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4년, 2016년 탄핵 정국 때도 탄핵안 가결 전후 환율이 잠시 출렁였지만, 결국 글로벌 달러화 흐름에 수렴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변수는 대외 여건이 과거만큼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2004년에는 중국의 고성장이, 2016년에는 반도체 경기 호조가 수출 개선을 통해 우리 경제를 뒷받침했다. 반면 현재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발 통상 불확실성이 커지고, 반도체 등 주력 산업에서 중국과 경쟁이 심화해 내년 성장 전망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와 함께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이창용 한은 총재는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환율이 당분간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시장 예상도 비슷하다. 이날 이재만·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환율은 연말까지 1,400원~1,430원 사이에서 등락하고, 내년 상반기까지도 1,400원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은은 외환시장 변동성을 예의주시하면서 “필요시 정부와 함께 가용한 모든 수단을 활용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은 고환율 여파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하락 우려가 커진 은행권에 대해 건전성 규제를 완화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당초 연말부터 17개 은행과 8개 은행지주회사에 위기 상황에 대비한 추가 자본인 ‘스트레스완충자본’ 적립을 의무화할 계획이었으나, 도입 시기를 미루거나 속도를 완화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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