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자사를 두고 경영권 분쟁 중인 MBK파트너스가 비밀유지계약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MBK파트너스가 과거 신규 투자 검토 목적으로 자사 관련 정보를 제공받은 뒤 해당 자료를 자사 경영권 접수 시도에 활용한 것으로 의심된다면서 금융감독원에 진정을 제기했다.

고려아연은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MBK파트너스의 비밀유지계약(Non-Disclosure Agreement·NDA) 위반 의혹에 조사 및 검사가 필요하다고 금감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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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은 “MBK 측이 과거 고려아연으로부터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 및 고려아연 기업가치를 전망하는 112페이지에 달하는 미공개 컨설팅 자료를 넘겨받고 이 정보를 적대적 인수·합병(M&A)에 활용해 시장 안정과 거래 질서를 해친 것으로 의심된다”며 “자본시장법 위반에 전반적 조사와 검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본시장법 제174조에 따르면 불특정 다수인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되기 전 내부 정보인 미공개정보를 상장법인의 매매, 그 밖의 거래에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이용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MBK파트너스는 2년 전 고려아연 신규 투자를 검토하며 당시 고려아연 측으로부터 신사업인 트로이카 드라이브 관련 자료를 제공받았으나 최종적으로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다. 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이 이와 관련해 체결한 NDA는 지난 5월 종료됐다.

고려아연은 최근 MBK 측이 투자 검토용으로 제공받은 미공개 정보를 자사를 대상으로 한 공격적 M&A에 활용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MBK파트너스에 제공했던 자료에는 구체적인 투자 계획과 신사업 성장 전망, 예상 매출액 등 외부에 한 번도 공시된 적 없는 여러 내부 정보가 담겼는데 이런 비공개 정보가 MBK·영풍 측이 고려아연 공개매수가를 설정하고 기업가치를 판단하는 데 결정적 요인으로 활용됐다는 것이 고려아연 측 주장이다.

MBK파트너스는 이 같은 문제 제기에 과거 고려아연 투자를 검토했던 ‘스페셜시튜에이션스’ 부문과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시도하는 ‘바이아웃’ 부문이 상호 정보 교류가 차단된 채 운영되고 있다며 고려아연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고려아연은 MBK파트너스가 다른 기업을 인수한 전례를 보면 두 부문이 공동으로 투자 활동에 관여한 정황이 있다고 재반박하며 “금감원이 위법 행위를 엄정히 조사하고 책임을 명확히 규명해주길 요청한다”고 밝혔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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