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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월)

[사설] ‘국민보다 윤석열’ 고집하는 국힘, 망상에서 깨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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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이튿날인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 있는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실이 불이 꺼진 채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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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죄 피의자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국민의힘이 되레 ‘윤석열당’ 색채를 강화할 조짐이다. 12·3 내란으로 탄핵소추까지 이르게 된 데 석고대죄해도 모자랄 판에, ‘탄핵 반대’ 당론을 벗어난 이들을 색출·비난하고 퇴출시키기에 혈안이 돼 있다. 보수 궤멸은 윤 대통령을 탄핵해서가 아니라, 내란 수괴와 한 몸이기를 고집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국민의힘만 왜 모르는가.



탄핵안 가결 뒤 국민의힘은 민주 정당이길 포기한 모습이다. 유영하 의원(대구 달서갑)은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진 당내 의원들을 “쥐새끼”에 비유하며 “언젠가 실명이 밝혀질 것”이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권영진 의원(대구 달서병)도 “탄핵에 앞장선 배신자 한동훈”이라고 공격했다. 선출직 최고위원 5명이 전원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한동훈 체제는 5개월 만에 해체되게 됐다. 윤 대통령은 탄핵되는데, 당은 친윤계가 주도권을 키우는 기괴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계엄·탄핵 국면에서 민주주의와 헌법 수호에 반하는 행태로 일관했다. 내란 당일 밤,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18명만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에 참여했다. 추경호 당시 원내대표 등 일부 의원들은 국회에 있으면서도 표결에 불참했다. 계엄 방조 의혹을 떨칠 수 없다. 지난 7일 1차 탄핵안 표결 때는 집단 퇴장해 국회의원의 기본 소임마저 내팽개쳤다. 2차 탄핵안 표결 때 국민의힘에서 찬성표를 던진 이가 겨우 12명(11%)에 그친 점은, 양심과 소신이 숨쉬기 힘든 ‘죽은 정당’임을 보여준다. 이 당에 ‘소장파’는 사라진 지 오래다. 지역구의 극렬 지지층만 바라보면 금배지가 보장되는 의원들로 채워진 ‘그들만의 섬’이다. 이러니 윤 대통령의 독단·망상·광란을 제어하지 못하고 질질 끌려오다 지금 공멸을 맞고 있는 것 아닌가.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국민을 위협한 내란 앞에 진보·보수가 있을 수 없다. 국민 75%가 탄핵에 찬성한다. 국민의힘이 섬기는 ‘국민’은 누구인가. 탄핵 찬성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행동이, 국민의힘 안에서는 정치생명은 물론 신체 위협까지 감수해야 하는 ‘위험한 일’이다. 국민의힘이 이럴 수 있는 건 국회의원 임기가 3년 반이나 남아 당장 국민 시선은 중요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때쯤이면 국민들이 다 잊을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내란 수괴를 끌어안은 채 망상에서 깨어나지 않는 한, 대한민국 보수에 희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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