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헌재의 시간’이다. 최소 몇 개월이 소요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건 접수부터 선고까지 6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91일이 걸렸다. 헌재가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를 ‘이유 있다’고 판단하면 재판관 6명 이상 찬성으로 파면한다. 기각되면 윤 대통령은 직무에 복귀한다.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로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됐다. 국정 혼란 수습이 급선무다. 비상계엄·탄핵 사태로 국운이 위태롭다. 경제 상황부터 심상치 않다. 내수 부진의 그늘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소매판매액지수는 100.6(2020년=100)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1.9% 감소했다. 2022년 2분기 이후 10개 분기째 역대 최장 감소세다. 620개 내수 기업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2020년(-4.2%)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는 한국경제인협회 분석도 있다.
환율도 걱정이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한때 1440원 선을 뚫은 원·달러 환율은 이후에도 1400원대에서 굳어지고 있다. 원자재를 수입하는 많은 국내 기업의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하다. 해외 투자비용 증가도 부담이다. 수입물가가 뛰면 소비자물가는 덩달아 오른다. 설상가상 내수는 더 얼어붙게 된다.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다. 내수 살리겠다고 돈을 풀었다간 국가 경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나라 곳간 사정도 좋지 않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정부 국가채무와 비영리공공기관의 부채를 합친 일반정부 부채(1217조3000억 원)가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50%를 넘어섰다. 공공부문 부채(1673조3000억 원) 비율은 69.7%까지 상승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14일(현지시간) 프랑스 국가 신용등급을 ‘Aa2’에서 ‘Aa3’로 한 단계 낮췄다. “정치적 분열로 공공재정이 상당히 약화하고 내년 이후에도 적자 규모를 줄일 가능성이 매우 작다”고 배경을 밝혔다. 대한민국 형편이 프랑스보다 낫다고 할 수 없다. 가슴을 칠 노릇이다.
미국 ‘트럼프 2기’ 출범이 눈앞이다. 주요국 정상들은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앞에 줄서기를 하고 있다. 국익을 지켜내기 위해서다. 한 권한대행은 1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16분 통화를 하고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하고 북핵 문제 등에 대해 협의했다고 한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쉽진 않겠지만 트럼프 진영과의 대화 채널도 열어야 한다. 여의도 정치권 또한 초당적 협력으로 한 권한대행 체제에 힘을 실어주면서 국익 보호와 혼란 수습을 도울 일이다. 당리당략을 꾀할 계제가 아니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프리미엄 경제신문 이투데이 ▶비즈엔터
이투데이(www.etoday.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