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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결산/방송] 위기의 유료방송, 돌파구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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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올해 국내 유료방송업계는 커다란 '위기'에 봉착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영향력 확대와 국내 사업자에 편중된 규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부터 인터넷(IP)TV에 이르기까지 방송시장 내 영향력이 점차 축소되는 모습이다.

유료방송업계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사업과 지역경제·문화 활성화 기획 등을 추진하며 돌파구를 모색했지만 성과를 내기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 LG헬로비전, HCN 등 주요 유료방송업체들이 일제히 희망퇴직에 돌입하며 구조조정에 나설 정도로 업계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IPTV 성장률 둔화·SO 하락세 계속…OTT 변수 여전

미디어 소비패턴이 OTT에 편중됨에 따라 유료방송을 해지하는 이용자가 늘고 있다. IPTV는 가입자 측면에선 상승곡선을 이어가고 있으나 성장세가 둔화됐고 SO와 위성방송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4년 유료방송 가입자 수 및 시장점유율(6개월 평균)'에 따르면, 올 상반기 IPTV·SO·위성방송(KT스카이라이프)을 포함한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3630만4778명으로 지난해 하반기(3631만106명)와 비교해 5328명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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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SO와 위성방송의 연이은 가입자 감소가 눈에 띈다. 올 상반기 SO(LG헬로비전·SK브로드밴드·딜라이브·CMB·HCN·개별 SO 9개사)의 총 가입자 수는 1241만2496명으로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해 1.03% 감소했다. 이는 2021년 상반기(전 반기 대비 1.42% 감소) 이후 약 3년 만에 기록한 1%대 하락폭이다. 그간 SO 가입자 수는 2021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하반기까지 0%대 감소폭을 기록해왔다.

위성방송인 KT스카이라이프 가입자 수도 하락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같은 기간 위성방송 가입자 수는 282만716명으로 지난해 하반기 대비 0.77% 감소했다.

IPTV 3사(SK브로드밴드·KT·LG유플러스)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가입자는 늘었지만 성장폭이 줄어들었다. 올 상반기 IPTV 가입자는 2107만1566명으로 전 반기 대비 0.41% 증가했다. 이는 1%대 성장률을 기록한 지난 2022년 하반기 이후 가장 낮은 증가폭이다. 앞서 지난해 하반기 IPTV 가입자 수는 전 반기 대비 0.5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SO와 위성방송의 가입자 이탈과 IPTV 성장폭 둔화가 나타난 배경엔 넷플릭스·티빙 등 OTT 플랫폼들이 도입한 '광고형 요금제(AVOD)'의 안착과 이로 인한 '코드커팅 심화 현상'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광고형 요금제는 콘텐츠 도입부와 중간 시간 대에 광고를 시청하는 대신 일반 요금제보다 저렴한 상품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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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은 올 들어 한국프로야구(KBO) 리그 뉴미디어 중계권을 확보하면서 월 5500원에 야구와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AVOD 상품을 도입했다. 이에 앞서 넷플릭스는 2022년 11월부터 한국을 비롯한 12개국에서 AVOD 상품을 출시하며 가입자 확대에 나섰다.

IPTV 등 유료방송을 월 정액 형태로 소비하던 이용자들이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한 OTT에만 비용을 지불하며 심화됐던 코드커팅 현상은 AVOD 상품 보편화 등의 영향을 받아 새로운 소비 패턴을 형성했다. 여기에 넷플릭스가 네이버와 파트너십을 맺고 '네이버플러스' 혜택 상품을 선보임에 따라 가성비와 효율성 중심의 미디어 소비 패턴은 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유료방송 업계의 한 관계자는 "OTT 운영사들이 파트너십을 맺고 가입자 모객을 강화하는 사이 국내 유료방송업계는 방송법과 규제 등에 가로막혀 결합상품 및 요금 인상 등 수익성 제고 방안을 실행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결합상품을 내거나 요금을 조정하기 위해선 정부의 승인이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탄핵 정국으로 흘러가다보니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위축되는 시장 환경, '홈쇼핑 송출수수료 갈등' 표출

이처럼 유료방송 내 시장환경이 위축되다보니 해묵은 갈등 상황도 표면화되는 모습이다. 수년 간 홈쇼핑 송출수수료를 두고 갈등을 빚어온 홈쇼핑사와 유료방송사가 마침내 '블랙아웃(송출 중단)' 사태로 극렬한 대립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지난 5일 홈쇼핑 사업자인 CJ ENM 커머스(CJ온스타일)는 딜라이브, 아름방송, CCS충북방송에서 방송 송출을 중단했다. 이는 유료방송 플랫폼에서 방송송출을 중단한 초유의 블랙아웃 사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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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출수수료는 홈쇼핑이 방송채널에 편성된 대가로 유료방송 사업자에 지급하는 것으로, 홈쇼핑사는 유료방송사의 가입자가 감소해 채널 경쟁력이 떨어졌다며 송출수수료 인하를 요구해왔다. 반면 유료방송사는 '홈쇼핑사가 방송 채널에서 모바일 구매를 유도해 방송 매출을 줄이는 눈속임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선 케이블TV를 시작으로 IPTV 등 유료방송 전반에 걸쳐 송출수수료 인하 압박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송출중단 대상으로 딜라이브, 아름방송, CCS충북방송 등을 선택한 것도 다른 사업자들을 압박하기 위해 '약한고리'를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송출중단에 대한 우려는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전망이다. 케이블TV 주 재원인 홈쇼핑송출수수료가 감소하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게 돌아갈 콘텐츠사용료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방송시장의 재원구조는 유료방송사가 수신료와 홈쇼핑송출수수료를 받는 대신 지상파에 재송신료(CPS)를 지급하고 PP에 콘텐츠 사용료를 주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사실상 마비된 방통위, 규제도 진흥도 불가능

OTT로 편중된 산업 구조와 홈쇼핑·유료방송사의 갈등으로 인한 블랙아웃 사태 등 유료방송업계의 현안을 관리·감독해야 할 정부 부처의 기능도 일찌감치 올스톱된 상황이다.

지난 7월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이 같은 달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취임했다. 그러나 인사청문회 당시부터 법인카드 유용의혹 등으로 자질 논란에 휩싸였던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취임 당일 2인 체제에서의 공영방송 이사 선임으로 또 한 번 도마에 올랐고, 끝내 출근 3일 만에 탄핵안이 소추되면서 직무정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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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원장이 취임 당시 호선으로 임명한 김태규 방통위 부위원장이 위원장 직무대행직을 수행하고 있지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전체회의와 국정감사 과정에서 크고 작은 마찰이 빚어졌고 KBS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 적격 선임 관련 법적 공방을 이어가게 됐다.

방통위가 사실상 김태규 위원장 직무대행 '1인 체제'를 유지함에 따라 ▲구글·애플 인앱결제 과징금 ▲통신 3사 담합 관련 공정위 과징금 대응 ▲네이버·카카오(다음) 뉴스 알고리즘 의혹 조사 등 현안 처리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유료방송업계로 한정하더라도 관련 규제 정비나 콘텐츠 대가 산정 등 방통위 협의 및 중재가 필요한 현안들이 올스톱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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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장을 포함해 5인 체제의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함에 따라 유료방송업계의 위기도 심화될 전망이다. 지난 8월 2일 과방위의 탄핵 소추로 이 위원장이 직무 정지된 이후 방통위는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전체회의를 진행하지 못했고, 9월부터 시작된 방통위원장 탄핵 재판도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비상계엄 직후 시작된 탄핵정국과 내각 총사퇴 가능성도 방통위의 정상화 시계가 늦춰질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익명을 요구한 유료방송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무부처인 방통위 업무가 마비된 것도 모자라 탄핵 정국으로 국회와 정부가 언제쯤 정상화될 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낡은 유료방송 규제를 개선하고 시장환경에 발맞춘 정부 정책 개편이 필요한 절체절명의 시기에 탄핵 정국으로 돌아서며 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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