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연구팀 "청동기 37명 유골 분석 결과…식인 행위, 비인간화 수단인 듯"
사망 당시 둔기 등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두개골 외상들 |
영국 옥스퍼드대 릭 슐팅 교수팀은 16일 고고학 학술지 앤티쿼티(Antiquity)에서 영국 남서부 초기 청동기 유적에서 발견된 뼛조각들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한곳에 버려지기 전 살해되고 해체돼 먹힌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는 영국 선사시대 유적에서 발견된 가장 큰 규모의 사람 간 폭력 사례로, 살해 후 도살·식인은 적을 비인간화(dehumanizing)하거나 타자화(othering) 하는 수단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인간화는 누군가를 인간 이하 또는 인간이 아닌 것처럼 취급하는 것이며 타자화는 사람들 간의 차이를 이용해 상대에 대한 공감을 줄이는 행위로, 차별, 박해, 폭력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개념이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1970년대 영국 남서부 차터하우스 워런의 초기 청동기 유적지에서 발견된 3천개가 넘는 사람 뼛조각을 분석했다. 깊이 15m 갱도에서 발견된 이 뼈들은 최소 37명의 것으로 추정됐지만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절단 흔적이 있는 10살 어린이의 오른쪽 아래턱뼈 |
분석 결과 남자, 여자, 어린이가 섞여 있는 유골 주인공들은 살해된 다음 동물처럼 도살되고 일부는 사람들에게 먹혔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밝혀졌다.
두개골에는 둔기에 의한 외상으로 죽었음을 보여주는 흔적들이 남아 있고, 다른 뼈들에는 수많은 절단 흔적과 사망 당시에 생긴 것으로 보이는 골절이 있다.
연구팀은 뼈에는 싸움 흔적은 없었다며 뼈에 있는 상처와 절단 흔적 등은 이들이 기습적으로 학살된 다음 도살됐고 부분적으로 먹혔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가해자들이 이들을 먹은 이유에 대해서는 같은 유적지에서 사람 뼈와 함께 소뼈가 많이 발견되는 등 식량은 풍부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식량으로 먹기 위해 이들을 죽였을 가능성은 작다고 지적했다.
대신 가해자들이 사회적 갈등 등으로 사람들을 학살한 다음 이들을 비인간화하고 타자화하는 수단으로 도살하고 먹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사람이 씹을 때 발생하는 손상이 있는 뼈들 |
당시 영국에서는 이런 극단적 폭력으로 이어질 만한 자원 경쟁이나 인종 차이로 인한 갈등을 초래할만한 요인은 발견되지 않는다며 절도나 모욕 같은 사회적 사건으로 인한 갈등이 폭력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슐팅 교수는 "두 어린이의 치아에서는 페스트에 걸렸다는 증거가 발견됐다"며 "이런 질병이 긴장감을 높였을 수 있지만 이것이 폭력과 관련이 있는지, 있다면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연구 결과는 선사시대 사람들도 이후 빈번해진 것과 같은 잔혹한 행위를 했다는 것을 극명하게 상기시켜 주고 동시에 인간 행동의 어두운 면을 보여준다"며 "이런 일이 일회성으로 끝났을 가능성이 작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전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출구 : Antiquity, Rick J. Schulting et al., 'The darker angels of our nature': assemblage of butchered Early Bronze Age human remains from Charterhouse Warren, Somerset, UK', https://doi.org/10.15184/aqy.2024.180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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