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계엄군의 체포 명단에 현직 판사가 포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내란 공범 혐의로 구속된 조지호 경찰청장 측 변호인은 지난 13일 "(조 청장이)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으로부터 정치인 등이 포함된 15명의 위치를 추적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이 중 1명은 모르는 사람이어서 물었더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판사라고 들었다"고 폭로했다.
여 전 사령관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과 조 청장에게 정치인 등 주요 인사를 체포하기 위한 위치추적을 요청했음을 인정한 바 있다.
대법원은 "만약 이러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사법권에 대한 직접적이고 중대한 침해로서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신속한 사실 규명과 엄정한 법적 책임이 따라야 할 사안"이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배정원 사회부 기자 |
또 앞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계엄군의 체포 명단에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 권순일 전 대법관이 포함돼 있었다고 증언했다.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은 "사법부가 왜 (체포 명단에) 포함이 돼 있을까"라며 의문을 표했고,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도 "만약 사실이라고 하면 매우 부적절한 조치인 것 같다"며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전 대법원장과 권 전 대법관이 체포 명단에 포함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들이 과거 이 대표의 무죄 선고를 이끌어 낸 인물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2018년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 선거 과정에서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만약 당시 유죄가 확정됐다면 이 대표는 직을 잃고 피선거권이 박탈될 위기였다. 그런데 2020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7대 5 의견으로 무죄 판단을 내놓으며 이 대표는 정치 생명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유무죄가 팽팽하게 갈리던 상황에서 김 전 대법원장과 권 전 대법관이 무죄 의견을 내며 이 대표를 기사회생시켰던 것이 체포 이유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정확한 체포 명단이나 체포 이유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야당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는 이유로 판사를 체포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만으로도 법치주의 훼손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적 의원 300명 전원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됐다.
탄핵소추안 가결 선포 소식이 전해지자 국회 앞에서는 그룹 소녀시대 노래 '다시 만난 세계'가 흘러나왔다.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제 안녕. 수많은 알 수 없는 길 속에 희미한 빛을 난 쫓아가. 언제까지라도 함께하는 거야."
입법부와 사법부를 통제하려 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운명은 이제 사법부가 쥐게 됐다. 부디 빠른 시일 내 무너진 헌정질서와 법치주의가 다시 회복될 수 있길, 그리하여 진짜 '다시 만난 세계'가 오길 바란다.
jeongwon102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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