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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월)

[인&아웃]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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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아웃]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1년 8월 16일(현지시간) 백악관 대국민 연설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철수 결정을 옹호하면서, 자신이 그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이 책임을 차기 대통령에게 떠넘기지 않겠습니다. 나는 미국의 대통령이고,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 이후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The buck stops here)라는 표현이 미국 언론에서 재조명됐다.

연합뉴스

윤대통령 집무실 책상에 놓인 바이든 대통령 방한 선물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25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당시 선물한 탁상 명패가 놓여있다. 명패는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책상에 뒀던 것과 동일한 형태로,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뜻의 'The Buck Stops Here'라는 문구가 새겨 있다. 2022.5.25 seephoto@yna.co.kr



문구 중 'buck'이라는 단어는 포커 게임에서 나왔다. 포커 참가자들이 순차적으로 게임의 책임을 지는 딜러 역할을 맡을 때 '벅 나이프'(buck knife·접이식 칼)를 놓은 것에서 유래됐다. 이후 'The buck stops with me, the buck stops here'라고 하면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지 않고 여기서 멈춘다, 내가 모든 책임을 진다'라는 의미로 통용된다. 사실 이 말은 미국 제33대 대통령 해리 트루먼의 소신과 리더십을 표현하는 좌우명이었다. 그의 백악관 집무실에는 'The buck stops here'라는 문구가 적힌 참나무로 만든 팻말이 항상 놓여있었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5월 22일 방한 당시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 문구가 새겨진 나무 명패를 선물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이 명패를 애지중지한 듯하다. 그는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 책상 앞에 항상 명패를 놓아두었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문구에 담긴 내용을 거론했다. 윤 대통령은 2023년 4월 미국 국빈 방문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공동 주최한 국빈 오찬에서 "이 문구를 보면서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헌신과 책임을 가슴에 새긴다"면서 트루먼 대통령의 한국전 파병 결정을 상기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해제 이후 세 차례에 걸쳐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1차 탄핵소추안 표결 당일인 7일 첫 번째 담화에서 사과와 함께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기를 포함한 정국 운영을 여당에 맡기겠다고 했다. 하지만 12일 두 번째 담화에서 "탄핵하든, 수사하든 이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며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급기야 탄핵안이 가결된 14일에는 "미래를 향한 여정은 결코 멈춰 서서는 안 될 것"이라며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변했다.

윤 대통령의 담화들은 거센 역풍을 부르고 있다. 특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등 자신의 '부하'들이 줄줄이 구속되거나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황에서 군 통수권자로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트루먼 대통령은 1953년 1월 15일 퇴임하면서 고별연설을 통해 대통령의 고뇌와 책임을 강조했다. "누가 대통령이든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대통령은 누구에게도 책임을 전가할 수 없습니다. 다른 누구도 대통령을 대신해 결정할 수 없습니다. 그게 대통령의 일입니다."

jo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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