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강남3구 아파트가격지수·거래량 ‘뚝’
대출규제·경제불황 등 겹쳐 탄핵發 부동산 침체 올 수도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주택과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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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자 강남3구(서초·강남·송파)의 집값이 단기적인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이 장기화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시장에선 당분간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관망세를 이어가 ‘거래절벽’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단, 강남권 등의 경우 부채의 비중이 8년 전과 달리 낮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래 관망세가 곧바로 가격 침체로 이어지지는 않을 거라는 낙관론도 나온다.
2016년 11월 ‘11만건’→2017년 2월 ‘7만건’…탄핵정국에 얼어붙은 매도시장
16일 한국부동산원 아파트매매가격지수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2016년 12월 9일)된 후 연말 기준 서초·강남·송파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각각 82.66, 80.26, 75.88을 기록해 전달 대비 각각 0.13%, 0.17%, 0.09%씩 하락했다. 강남지역 동남권의 가격이 빠진 건 당시 9개월여만이었다.
거래량도 급감했다. 행정구역별 아파트거래현황에 따르면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2016년 10월 강남3구에서 거래된 아파트 호수는 2971건이었다. 하지만 두 달 뒤인 12월 국회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하자 거래량은 1902건으로 떨어졌다. 이후 거래량은 이듬해 3월까지 1753으로 ‘뚝’ 떨어지며 이어졌다. 헌법재판소가 탄핵 결정(3월)을 내린 이후, 즉 4월이 돼서야 2252건으로 오르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도 상승폭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2016년 11월까지는 전달 대비 지수 상승률이 0.2%대를 보였지만 12월 급격하게 상승폭이 0.05%로 줄며 0.15%포인트 하락했다. 2017년이 되자 상승폭은 0.01%로 더 하락했으며 2월에는 마이너스 증가율(-0.01%)을 기록했다. 전국 아파트 거래 호수 역시 2016년 11월 11만1218건에서 2017년 2월 7만4768건까지 떨어졌다.
강남3구를 시작으로 전국아파트 가격과 거래량이 시간차를 두고 하락한 것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2016년은 강남이 많이 오르던 시절”이라며 “서울이나 수도권 전체가 많이 오르진 않고 강남권 재건축이 회복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탄핵에 대한 타격을 가장 먼저 받으며 살짝 조정됐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 “탄핵정국 기간이 관건…강남3구 가격조정은 미세할 것”
지난 2023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제44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윤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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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정국은 이외에도 대출규제, 경기침체 등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더 장기적인 부동산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국회는 지난 14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뒤 헌법재판소에 탄핵소추 의결서를 접수하며 본격적인 탄핵심판 절차가 시작됐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은 63일만에 기각됐고, 2017년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은 91일 만에 인용 결정이 나왔지만 이번에는 얼마나 걸릴지 예상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 중 3명이 공석이어서 적기에 헌재의 결론이 나오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당시에는 3월에 헌재 결정이 나왔고, 4월에 대선이 이뤄지고 5월에 취임을 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거래량이 줄어든 기간은 4개월밖에 되지 않았고, 실제로 집값이 떨어지기도 전에 관망세가 끝났다”며 “이번 탄핵정국도 금방 끝나지 않을 때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당국의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와 같은 대출규제 및 공급 위축 신호로 매도자와 매수자의 관망세는 이미 시작된 모양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12월 둘째 주(9일 기준) 전국 아파트값이 전주보다 0.03% 하락했다. 이로써 전국 아파트값은 4주 연속(-0.01%→-0.02%→-0.02%→-0.03%)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서울·경기·인천 수도권 아파트값은 30주 만에 보합 전환했다. 서울이 0.02% 상승했지만 전주(0.04%)보다 상승 폭이 축소됐다.
김효선 NH농협 부동산 수석위원은 “부동산의 경우 금이나 가상자산 등과 달리 환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일단 거래 수는 거래절벽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거래량이 줄어들면 급매 위주로 거래되기 때문에 가격 하락폭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강남3구의 경우 그간의 학습효과로 8년 전과 같은 단기 하락세는 나오지 않을 거라는 낙관론도 나온다. ‘현금부자’의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강남 집주인이 빚을 못갚아 굳이 낮은 가격으로 매물을 내놓는 일은 없을 거라는 얘기다.
김 수석위원은 “강남권의 경우 문재인 정부를 지나오면서 매도자들의 부채 비중이 굉장히 낮아졌다”며 “시국이 이렇다고 해서 가격을 낮춰 내놓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에 가격이 버틸 힘이 생겼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단 서울 외곽 중심의 가격은 본격 하향 탄력을 받으며 집값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할 거란 전망이다. 김 소장은 “내년 1분기까지는 거래량이 ‘뚝’ 떨어지고 2분기까지도 어쩔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 아파트 거래량 같은 경우는 겨우 1000건대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자산관리 컨설턴트는 “연초가 되면 대출 규제가 어느 정도 완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내년에는 입주 물량이 적은 편”이라며 “현재 매물이 증가하고 있다 하더라도 매도자의 호가가 내려오지 않고 있어 시장의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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