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 무리의 동기화된 헤엄치기 [이미지=UNI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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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울산)=임순택 기자] 쥐 정자가 갈고리 모양의 머리로 자궁벽을 찍으며 이동하는 현상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포착됐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박정훈 교수팀은 생명과학과 김재익 교수팀, 교토대학교 류흥진 박사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쥐 생식기관 내부에서 일어나는 정자의 이동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 이 같은 놀라운 현상을 발견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설치류 정자 갈고리의 기능에 대한 두 가지 상반된 가설을 생체 조직에서 직접 확인하기 위해 진행됐다.
기존에는 쥐의 정자가 갈고리 모양의 머리를 서로 연결해 마치 기차처럼 이동하며 난자를 향한 속도를 높인다는 ‘정자 협력’ 가설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관찰에서는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연구진은 정자가 머리의 갈고리로 자궁과 난관 내벽을 찍어 빠르게 이동하는 새로운 현상을 관찰했다. 이는 또 다른 가설인 ‘정자와 암컷 생식기관 간의 상호 작용 가설’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결과다.
연구팀은 정자가 머리의 갈고리를 암컷 생식기관 내벽에 고정시켜 이동함으로써 직진성을 향상시키고 강한 유체의 흐름에도 효과적으로 저항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연구에서 정자들의 머리가 한 방향으로 정렬되거나, 마치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선수들처럼 꼬리가 동기화돼 함께 움직이는 현상까지 처음으로 관측됐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정자 갈고리의 고정 효과 덕분에 정자의 머리가 한 방향으로 정렬돼 움직일 수 있으며 나아가 동기화된 헤엄까지 가능해진 것으로 분석했다. 더 나아가 쥐 정자의 머리 갈고리가 이런 독특한 행동 양식을 위한 진화의 산물일 수 있다는 새로운 가설까지 제시했다.
연구팀은 기존 ‘기차 가설’이 “여태까지 관측 기술의 한계로 2차원 배양 접시(dish)에서만 관찰된 현상”이라며 “이번 실험에서 실제 생식기관 내부를 관찰 및 분석한 결과, 기차 형태로 모여 이동하는 소수의 군집이 발견되긴 했지만, 이들의 이동 속도가 개별 정자에 비해 특별히 빠르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차 가설을 완전히 배제하기 위해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를 위해 연구팀은 정자의 머리는 초록색, 꼬리 일부는 빨간색 형광을 내도록 유전자 조작된 수컷 쥐를 암컷 쥐와 교미시킨 후 생식기관을 적출해 정자의 이동을 관찰했다.
관찰에는 이광자현미경 기반의 3차원 영상 획득 기술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광자현미경은 고에너지 광자 하나 대신 저에너지 광자 두 개를 시료에 조사해 방출되는 형광을 분석해 이미지를 얻는 방식으로, 광 에너지로 인한 시료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장파장 대역의 빛을 사용하기 때문에 생체 조직 깊숙한 곳까지 관찰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이광자 형광 현상과 펨토초 레이저 기반 고속 3차원 볼륨 이미징 기술을 결합해 이 관찰 기술을 발전시켰다.
공동 연구팀은 이렇게 획득한 영상을 통해 정자의 이동 속도와 이동 특성을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기술까지 확보함으로써 앞으로 정교한 난관 모사 칩 개발 및 난임 연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권위 있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이라이프(eLife)’ 11월 22일 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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