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6 (월)

고려아연 vs MBK, 주주명부 폐쇄 나흘 앞두고 막판 ‘신경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고려아연 “비밀유지 위반”…금감원에 진정
MBK “고려아연 주장은 억지, 악의적 비방”
최윤범 “역전 노린다”ㆍMBK “이대로 끝내”


이투데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달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의 주주명부 폐쇄일이 나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영풍ㆍMBK파트너스 연합과 고려아연 간 막판 신경전이 과열되고 있다. 기자회견 등 공식 석상에서 수차례 난타전을 주고받은 양사는 비밀유지계약(NDA) 위반 여부를 두고 날 선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MBK 측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김병주 회장을 비롯해 주요 관련자들에 대해 NDA 위반 및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을 조사해달라며 15일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고려아연은 “고려아연 기업가치에 대한 중요한 비밀정보를 이 사건 공개매수에 활용하도록 결정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추측된다”며 “구체적 수치를 포함한 여러 중요 자료가 총망라 돼 있는 만큼 적대적 인수ㆍ합병(M&A) 결정이나 공개매수가 설정 등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고려아연이 문제 삼는 핵심은 MBK파트너스가 스페셜 시튜에이션스 부문을 통해 받은 112페이지 분량의 컨설팅 자료다. 이 문건은 고려아연의 신사업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과 기업가치 평가, 구체적 매출 예상치 등 투자 판단에 결정적인 정보를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MBK는 2022년 5월 고려아연 신사업인 트로이카 드라이브의 재정적 지원을 도울 후보군으로 고려아연으로부터 내부 자료를 넘겨받고 NDA를 체결했다. MBK는 이후 2년 동안 기밀유지와 함께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하는 등 20개 조항에 서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MBK 측이 NDA 종료 시점인 5월 이전부터 이미 M&A를 준비해왔다는 주장이 나왔다. 9월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를 시작했을 당시 ‘올해 초부터 고려아연을 다음 타깃으로 삼아 준비해 왔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며 경영권 인수 시도를 일찌감치 준비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금융당국이 이번 사안을 조사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사모펀드의 정보 활용과 공정성 문제가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의 내부 정보 교류 차단 주장과 과거 투자 사례 간 불일치 여부가 관건”이라며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향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향배를 가를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이투데이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1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에 MBK 측은 고려아연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라며 관련 의혹을 일축했다.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참여한 바이 아웃 부문은 고려아연이 주장하는 트로이카 드라이브에 대한 컨설팅 자료를 본적도, 읽은 적도 없다”며 “스페셜 시튜에이션스가 2년 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사적 친분으로 알려진 관계자로부터 받은 투자 제안 건은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지도 않은 채 실무단에서 사장됐다”고 밝혔다.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바이 아웃 부문과 소수지분 투자나 사모대출, 전환사채(CB) 투자 등을 하는 스페셜 시튜에이션스 부문은 실질적으로 분리돼 있으며 ‘차이니스 월(Chinese Wall)’로 구분해 내부 정보 교류 자체가 엄격하게 차단돼 있다고 설명했다.

차이니스 월이란 중국 만리장성처럼 높은 벽을 쌓아 회사 내부의 정보 교류를 차단한다는 용어다. 예컨대 한 금융회사가 기업 전략을 자문하다 그 정보를 경영권 인수에 쓰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는 의미다.

고려아연의 임시주총 날짜는 다음 달 23일이다. 임시주총의 주주명부 폐쇄일(20일)을 나흘 앞두고 양측은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양측은 공개매수를 끝낸 이후 현재까지도 장내매수를 이어가며 지분 추가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영풍ㆍMBK파트너스 연합이 확보한 고려아연 지분은 39.83%다. 공개매수를 통해 5.34%, 장내매수를 통해 1.36%를 취득했다. 최 고려아연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은 17.5%로, 백기사 추정 지분을 더하면 35% 내외로 추정된다.

[이투데이/이동욱 기자 (toto@etoday.co.kr)]

▶프리미엄 경제신문 이투데이 ▶비즈엔터

이투데이(www.etoday.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