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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월)

[World & Now] "당신도 한국 돌아가 군 입대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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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당신도 한국에 돌아가 군 입대합니까?"

지난 3일 오전(현지시간) 월가에서 한국 담당자들 전화기에 불이 났다. 한국에서 비상계엄이 일어났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이 설명을 요구하는 전화가 빗발친 것이다. 이때 많이 나온 질문이 군 입대였다.

이는 언뜻 듣기에 황당하지만 한국에 군사적 수요가 필요한지를 묻는 중요한 질문이었다. 비상계엄이라 하면 대한민국 헌법에도 쓰여 있듯이 전시·사변 등 국가비상사태에 병력으로 군사상 필요에 응해야 하는 경우를 흔히 일컫는다. 그러나 아니었다.

투자자들은 동시에 한국을 이스라엘과 비교하고 있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등 외부 세력과 전쟁을 벌일 때마다 미국 내 유대계들이 이스라엘로 대거 자원 입대한 것을 떠올린 것이다. 물론 이번에 한국이 이스라엘처럼 전쟁을 벌인 건 아니었지만 이스라엘 같은 자원 입대는 요원하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었다.

단편적인 이야기지만 결과적으로 월가는 이번 비상계엄의 요건 결여와 한국의 느슨한 국민 정서를 깨달았다. 그 결과는 바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나타났다.

비상계엄 이후 한국 정부가 지분을 소유한 은행 일부는 미국 내 조달금리가 꾸준히 상승했다. 통상 연말이면 조달 수요가 줄어 금리가 조금 올라가는 경향을 보이지만 예년보다 더 올라간 것이다. 분명 이번 계엄과 탄핵 사태가 영향을 미쳤다는 게 중론이다.

뉴욕 주변에 본사를 두고 있는 유망 바이오 기업은 이번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들었다. 당초 올해까지 투자금을 납입하기로 했던 투자자들이 내년으로 납입을 미루겠다는 것이었다. 이 기업의 오너가 한국인이고 연구개발(R&D)이 한국에서 주로 이뤄진다는 게 투자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경제적인 피해는 정치 불안에 기인한다. 문제는 한국의 정치적 리더십 수준이 바닥으로 추락했고 회복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월가에 진출한 국내 금융기관의 한 법인장은 최근 투자자로부터 "한국이 독재 관점에서 북한과 동급이 되었다"는 농담을 듣고 한동안 할 말을 잃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제2의 IMF 우려도 제기된다. 뉴욕 소재 한 일본계 은행 한국 담당은 "원·달러 환율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바이 코리아'를 할 것"이라고 기자에게 말했다. 과거 IMF 때처럼 값싸게 한국 자산을 사들일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말이었다.

이제 탄핵의 공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앞으로 정부는 한 치의 국정 공백을 허용해서는 안 될 것이고, 정치권은 정쟁을 멈추고 수습과 안정을 위해 혼신을 다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한국은 스스로 경제적 자멸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윤원섭 뉴욕 특파원 yws@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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