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은 유행을 타지 않는 관심사이다 보니 어떤 식품이 몸에 좋거나 나쁘다는 뉴스가 끊임없이 나온다. 특히 커피는 주요 영양소가 없는 기호식품일 뿐임에도 “하루 두세 잔 마시면 건강에 좋다”는 식의 뉴스가 자주 나온다. 처음에는 업계의 로비가 있는 게 아닌가 의심했지만, 해당 논문들이 권위 있는 학술지에도 실리는 것을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이번 달 저명한 학술지 ‘네이처 미생물학’에도 커피 관련 논문이 실렸다. 커피가 장내미생물의 조성을 바꾸고 늘어난 종이 커피 성분을 대사해 인체에 유익한 화합물을 만들어 낸다는 내용이다. 커피의 건강 효과에 장내미생물도 관여하는 셈이다.
2000년대 들어 우리가 먹는 음식이 장내미생물의 조성에 영향을 주고 그 결과가 인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비만인 사람의 장내미생물 조성이 다르고 이를 무균 생쥐에 이식하면 비만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식품이 얼마나 영향을 주는가는 2021년에야 처음 연구됐는데, 놀랍게도 150여 가지 식품 가운데 커피가 장내미생물 조성을 가장 크게 바꾸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탈리아 트렌토대가 이끄는 다국적 공동연구자들은 2만2000여 명의 대변 메타게놈 해독 데이터를 분석해 커피가 장내미생물 조성에 미치는 영향을 밝혔다. 메타게놈이란 어떤 시료(이 경우 대변)에 들어있는 다양한 생물(주로 장내미생물)의 게놈으로, 이를 분석하면 종류와 빈도를 파악할 수 있다.
연구 결과 평소 커피를 마시는 그룹은 마시지 않는 그룹에 비해 장내미생물 조성에서 115종의 비율이 늘어난 반면 45종은 줄었다. 흥미롭게도 비율이 늘어난 상위 50종의 대부분인 36종이 거의 연구되지 않은 미생물들이고 6종은 아직 학명도 붙이지 않은 상태였다.
연구 결과 음용자에게서 4.5~8배나 많아 커피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것으로 밝혀진 로소니박터 아사카롤리티쿠스 역시 2018년에 와서야 비로소 학계에 보고된 미생물이다.
로소니박터는 부티레이트 같은 인체에 유익한 분자를 만들 뿐 아니라 커피의 성분을 대사해 다양한 화합물로 바꾸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 결과 커피 대사물이 대장에서 흡수돼 혈중 농도가 높아져 인체 세포에서 항산화 작용 등을 한다. 연구자들은 커피를 마실 때 성장이 촉진되는 장내미생물들의 역할을 추가로 밝힐 계획이다.
커피는 식품 가운데 장내미생물 조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미국인의 커피 음용 여부 및 양에 따른 로소니박터 아사카롤리티쿠스의 보균율(prevalence)로, 마시지 않는 그룹(왼쪽)과 마시는 그룹 사이에 큰 차이를 보인다. 반면 음용 그룹을 양에 따라 나눠 하루 3잔(자판기나 믹스커피로는 5잔) 미만(가운데)과 이상(오른쪽)을 비교하면 별 차이가 없다. 출처 ‘네이처 미생물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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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커피가 건강에 좋은 이유가 구체적으로 밝혀지고 있지만, 마음 놓고 마실 수 없는 사람들도 많다. 카페인 작용으로 수면이 방해를 받으면 오히려 역효과를 보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나이가 들면서 카페인에 점점 민감해져 요즘은 점심 뒤 커피는 끊고 오전에 한 잔 마시는 걸로 자제하고 있다.
그런데 논문에 따르면 커피의 카페인은 장내미생물 조성 변화에 별 영향을 미치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의 장내미생물 조성이 카페인 커피를 마시는 사람과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여전히 로소니박터가 가장 크게 늘었고 2위와 3위의 순서가 바뀐 정도다. 이는 디카페인 커피를 마셔도 건강에 유익한 효과가 비슷하다는 기존 연구 결과와 부합하는 패턴이다. 앞으로는 오후에 디카페인 커피를 마셔봐야겠다.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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