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의 기억' 펴낸 2006년 노벨문학상 작가 오르한 파묵 서면 인터뷰
건축업 집안에서 태어난 오르한 파묵은 22세까지 건축가이면서 화가가 되는 꿈을 키웠다고 했다.(민음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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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에서는 국민의 75%가 대통령에게 화를 내고 있습니다, 한국인들 75%의 바람에 존경을 표합니다."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2006년 튀르키예인으로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오르한 파묵(72)은 "한국인들이 원하는 것을 얻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작 그림 에세이 '먼 산의 기억'(민음사) 출간을 기념해 최근 한국 언론과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였다.
'먼 산의 기억'은 파묵이 2009년부터 14년 동안 가로 8.5㎝, 세로 14㎝ 크기의 몰스킨 공책에 담은 수천 개의 그림일기를 한 권으로 집약한 책이다. 세계를 여행하며 겪은 일, 글 쓰는 과정, 고국 튀르키예와의 복잡한 관계 등 다양한 이야기가 페이지마다 생생하다.
파묵은 튀르키예의 권위적인 정치 체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꾸준히 내온 작가다. 정치적 소신의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지 묻자, "나도 두려울 때가 있다"며 "튀르키예 대통령이 많은 작가들을 감옥에 넣었는데, 아마도 노벨문학상이 나를 보호해 주는 것 같다"고 답했다.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에 대해서는 "한강 작가님께 축하 인사를 보낸다"며 "''채식주의자'를 읽었다, 터키어로 번역된 한강 작품들이 나왔는데, 구입해 뒀고 곧 읽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묵은 요즘 "'첫사랑'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쓰고 있다"며 "6개월 후, 혹은 1년 뒤 한국 독자들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민음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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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노벨상 의미는…이런 유형의 작가 부러워"
노벨문학상에 대한 자신의 견해도 밝혔다.
"저는 54세에 노벨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상을 받은 후에도 소설 '순수 박물관'을 썼죠. T.S.엘리엇은 노벨문학상을 받은 후 좋은 작품을 쓰지 못했다는 말을 한 것 같은데,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노벨문학상이 제게 무엇인가를 의미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약간의 책임감(정도라고 할까요)."
글쓰기 스타일에 관해 묻는 말에는 "저는 오랫동안 생각을 하고, 머릿속으로 이야기의 얼개를 만들고, 챕터를 나누고, 그 후에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제가 질투하는 유형의 작가들이 있는데, 바로 하루에 3~4시간 글을 쓰고 나머지 시간에는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며 "저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 아니다, 제가 쓴 것들이 마음에 안 들어 저 자신과 싸움한다"고 덧붙였다.
매일 그림일기를 쓰는 성실한 이 노(老) 작가는 마지막으로 한국 독자들에게도 일기 쓰기를 권했다.
"일기는 자기 자신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입니다. 저에겐 '가장 비밀스러운 나의 세계'죠. 모든 사람에게 일기를 쓰라고 권유하고 싶습니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좋습니다. 우리의 나날은 틈새 시간이 항상 있기 때문입니다."
파묵은 '먼 산의 기억'에서 바다와 배 그림이 많은 이유에 대해 "보스포루스 해협 근처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라며 "저는 도시를 왕래하는 모든 배를 알고 있다"고 했다.(민음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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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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