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5일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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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논의 주도권을 국민의힘이 가져도 좋다”며 여당과 정부에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재차 제안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가 “민주당이 여당이 된 것처럼 행동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협의체 제안을 단칼에 거절한 데 따른 것이다. 이런 비상시국에 협의체마저 거부하는 국민의힘의 인식이 개탄스럽지만, 민주당 역시 지금의 불안정한 정국을 당리당략으로 악용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당초 계획을 접은 것은 다행이다. ‘일단’이란 단서가 붙긴 했지만 선제적으로 불확실성을 제거했다는 점에서 정국 안정에 다소나마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 진짜 중요한 건 이제부터다. 헌재의 탄핵 결정까지는 최대 180일이 걸리고, 탄핵이 인용되면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최악의 경우 최장 240일 동안 대행체제로 꾸려 가야 할 판이다.
헌법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역할 범위와 한계를 따로 정해놓지 않았지만 국민이 선출하지 않은 만큼 현상 유지적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 사안마다 갈등이 증폭될 공산이 크다. 당장 지난달 28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양곡법 등의 거부권 행사 여부가 첨예한 쟁점이다. 남아도는 쌀을 정부가 의무매입해주는 법안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긴 해도, 만약 한 권한대행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권한 남용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권한이 ‘현상 유지’에 한정되는 대행체제가 또 다른 갈등의 불쏘시개가 되지 않게 할 책임은 민주당에도 있다. 이런 와중에 이 대표가 "거부권 행사는 정치적 편향"이라며 선을 그은 데 이어 민주당 당직자들이 잇따라 거부권 경고 압박에 나서는 건 부적절하다. 김건희 특검법이야 국민적 요구라 해도 국민 동의를 충분히 얻지 못한 양곡법 같은 법안이나 논란이 거센 지역화폐 추가경정예산 등은 국익을 위해 차기 정부로 미루는 게 옳다. 이런 약속 없이 협의체가 정상 가동될 리 만무하지 않겠나. 권력 공백기를 틈타 국민 합의가 부족한 사안을 몰아치기식으로 처리하는 건 수권정당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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