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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7 (화)

"尹 비상계엄으로 정신적 피해" 국민들 손해배상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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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명 모여 尹 상대 위자료 청구 소송
'국정농단' 박근혜 상대 손배소는 '패소'
진압 현장 보좌진 등은 승소 가능성도
한국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자유 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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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명이 넘는 시민이 '12·3 불법계엄 사태' 책임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묻기 위해 대규모 손해배상 소송에 나선다. 불법계엄으로 기본권이 제한돼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는 취지인데, 법원이 시민들 손을 들어줄지 관심이 쏠린다.

16일 '윤석열 내란 행위에 대한 위자료 청구 소송 준비 모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을 상대로 한 위자료 청구 소송에 참여 의사를 밝힌 시민은 1만 명에 달한다. 준비 모임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 당시 국회 측 대리인을 맡은 이금규 변호사가 꾸렸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권과 자유를 보장할 대통령의 임무를 저버려 국민들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는 취지다. 이 가운데 105명이 우선적으로 1인당 청구액을 10만 원으로 산정해 11일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냈다.

박근혜 땐 국민이 낸 손배소 '패소'

한국일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4일 새벽 계엄군이 국회를 빠져나가고 있다. 박시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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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사건으로 탄핵당한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도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된 적이 있다. 시민들은 "박 전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큰 상처를 입었다"고 주장했지만 패소했다. 위법행위는 인정됐지만 "대통령은 정치적 책임을 지는 데 불과할 뿐 국민 개개인의 권리에 대응해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대법원 판례가 근거가 됐다. 이 판례는 197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선포한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구금된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패소하며 정립됐다.

그러나 2022년 전원합의체는 이 판례를 뒤집었다. 긴급조치 발령과 관련한 수사·재판이 모두 위법했고 개별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돼 국가가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런 관점에선 윤 대통령을 상대로 한 소송도 승산이 있다는 평가도 있다. 법무법인 원곡의 최정규 변호사는 "국민에 대한 국가나 대통령의 책임 범위를 확대한 판례 변경으로 윤 대통령 책임도 넓게 인정될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 측면에서도 국정농단 사건과 차이가 있다. 2시간 남짓이지만 포고령 1호로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집회·결사의 자유, 신체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 등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대통령이 뇌물을 받은 것보다 계엄군이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피해가 더 직접적"이라고 말했다.

시민들 입은 직접적인 피해 입증해야


다만 법조인들 사이에선 승소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배상 책임을 물려면 ①윤 대통령의 불법계엄이 위법했는지 ②시민들이 직접적으로 얼마나 손해를 입었는지 입증돼야 하는데, ②에서의 피해 정도가 불확실하다. 계엄군의 국회 진입 당시 맞섰던 보좌진이나 국회의원 등은 다퉈볼 여지가 있지만, 일반 국민들의 정신적 피해를 입증하긴 쉽지 않다는 얘기다.

긴급조치 소송의 원고도 체포·구금 등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국민들이었다. 해당 긴급조치는 1975년 5월 시행되고 1979년 12월에 해제돼, 이번 불법계엄과는 피해 정도나 기간에서 차이가 있다. 수도권 소재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단순히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는 것 이상으로 입증하지 못하면 승소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도 모든 국민의 피해를 인정하기는 현실적으로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은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이 마무리되면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통상 형사재판에서의 증거 수집이 더 쉽기 때문에 민사소송은 관련 재판의 경과를 지켜본 뒤 진행된다. 일선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설령 윤 대통령이 무죄를 받더라도 민사상 불법행위 입증은 다른 문제"라면서 "소송 결과를 떠나 통치자 행위에 대한 책임을 다퉈본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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