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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7 (화)

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진화냐 도태냐…갈림길에 선 한국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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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버시티 AI]①우리 언어·문화 기반 AI가 다양성에 기여

[편집자주] 문명 태동과 비슷하다. 미·중이 AI 주도권을 놓고 패권을 다투고 있으나 곳곳에서는 다양성(다이버시티)이 꿈틀댄다. 지역·문화·관습이 녹은 독자 AI 구축에 속도가 나며 인공지능 생태계 역시 여러 방향을 겨냥한다. 좁게는 디지털 주권을 지키는 길이고 넓게는 다양성이 축적되는 과정이다. 주류가 존재하지만 스스로의 방향을 찾아 생존 범위를 확대한 문명 혹은 생물 진화와 닮았다. 정체성 보존의 가지들이 생태계 선순환을 보장하는 현상. 다이버시티 AI다.

뉴스1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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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나연준 기자 = "독도는 한국과 일본 양국의 영토 분쟁지역입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초기, 독도가 어느 나라 영토냐는 질문에 나온 답이다. 학습량이 쌓이고 AI가 고도화되며 이런 대답이 사라졌지만 당시 충격은 상당했다.

역사·지리·국제법의 객관적 근거를 이해한 AI 결론은 당연히 대한민국 영토다. 서비스 초기 오답을 내놨던 배경에는 일방적 해석의 학습 데이터가 자리 잡고 있다. 미·중 AI 패권 경쟁 격화 속에서 후발주자들이 우려하는 지점이 이 부분이다.

각각의 문화와 역사가 반영된 독자 AI 생태계 구축이 필요한 이유기도 하다. 문명과 생명 진화처럼 AI 생태계가 순방향으로 확대돼야 할 시점에 우리가 다양성의 한몫을 차지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17일 스탠퍼드 대학 집계에 따르면 2023년 미국의 AI 민간 투자는 약 672억 달러를 기록했다. 중국은 약 77억 달러로 뒤를 이었다.

반면 우리나라 투자 규모는 약 13억 달러로 영국 37억 달러, 독일 19억 달러, 스웨덴 18억 달러, 프랑스 16억 달러, 캐나다 16억 달러, 이스라엘 15억 달러 보다도 적었다.

투자규모가 경쟁력을 의미하는 건 아니지만 다른 지표에서도 위기가 감지된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분류한 AI 선도국에 한국은 포함되지 못했다. 대신 준비 상태가 다소 뒤처진 'AI 안정적 경쟁국가'로 분류됐다.

여기에는 일본, 말레이시아, 스페인, 대만, 호주 등이 포함됐다. 한국은 IT 강국으로 불려왔지만 AI 부분에서는 디지털에 약한 일본과 같은 범주로 묶였다.

우리나라가 AI 3대 강국에 속한다는 정부 설명과도 거리가 멀다. 투자와 인프라는 부족한데 뚜렷한 AI 전략조차 없다. AI 산업 지원 및 규제 방안이 담긴 AI 기본법 연내 제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로선 대규모 투자 기반의 선도국 모델을 따라갈 순 없다. 다행히 네이버, 카카오, SKT, KT, LG U+ 등을 중심으로 한국어 특화 AI를 구축하고 있으나 민간만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건 어렵다.

AI주권을 배타적 의미로 보는 일부 오해도 혁신을 가로막는다. 디지털 주권 확보는 AI 생태계를 구성하는 여러 독자적인 모델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수물이다.

다시 말해 다이버시티(다양성) AI는 우리 것을 지키는 게 아니라 우리 강점(유산)을 기반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게 본질이다. 각국이 AI 기술 다양성을 확보해야 글로벌 생태계 안정성은 강화된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영미권 AI 기업이 생태계 전체를 장악하면 전 세계는 똑같은 가치관을 가진 AI만 사용하게 된다"며 "유전 다양성 감소가 생물 멸종의 주요 원인인 것처럼 AI 생태계 역시 독자 AI가 얽히고설키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자국 문화와 언어, 역사를 기반으로 비교우위에 있는 부분은 자립하고 뒤처지는 분야는 글로벌 협업을 통해 역량을 순차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이 관계자는 "영국, 싱가포르는 AI 독자 모델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고 독일과 프랑스는 유럽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며 "민간 기업만으로는 다이버시티 AI의 한축을 담당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가 GPU 등 핵심 자원을 대량 구매하거나 세제 혜택과 투자를 지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yjr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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