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대남 확성기 피해 고통 심각…심리도발 중단해야"
서해5도 "北 무력도발 불안 최고조…남북관계 개선 시급"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인 지난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계엄령 선포에 반대하는 시민 및 이를 저지하는 경찰 병력들이 모여 혼잡스러운 상황을 빚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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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무력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하지만 대남 확성기 방송이나 오물풍선은 국민들에게 피해만 입히는 문제잖아요. 정부가 앞으로 이 문제를 적극 해결해 주길 바랍니다."
인천 강화군 송해면에 사는 주민 김지수(가명·47·여)씨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바라는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 대답이다.
강화도 "대남 확성기 피해 고통 심각…심리도발 중단해야"
북한 본토와 불과 2㎞ 안팎인 강화군 송해면·양사면·교동면 주민들은 남북평화와 더불어 접경지역 주민들이 고통받는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이 지역에 사는 주민 8800여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매일 들려오는 대남 확성기 소음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북한군은 우리의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응해 지난 7월 말부터 이 지역에 미상 소음을 송출하고 있다.
주민들은 맹수의 울음소리와 사이렌 소리, 쇠 긁는 소리, 비명 소리 등이 뒤섞인 듯한 소리를 밤낮 구분없이 하루 종일 듣고 있다. 군이 측정한 대남 방송의 소음 규모는 60~80㏈(데시벨) 수준으로 알려졌다. 80㏈은 지하철 소음과 비슷한 수준으로, 지속해서 노출되면 청력 장애가 시작될 수 있다.
최근 들어서는 대통령 탄핵 이후 오히려 소음이 더 커진 것 같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김형태 강화군 교동면이장단 단장은 "몇 개월째 소음이 이어지면서 축사에서는 가축들이 사산하는 등 피해가 누적되고 있고, 주민들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나 지자체에서 심리 상담 지원 등을 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두 정부가 이런 심리도발을 멈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수 씨 역시 "대통령 탄핵과 국방부 장관 교체 이후 정부가 나서 대북 심리도발을 멈추길 바란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북한 매체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 국회 가결 소식을 보도한 가운데 16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임진강변에서 대남 확성기가 소음을 송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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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5도 "北 무력도발 불안 최고조…남북관계 개선 시급"
또 다른 접경지 서해5도 주민들도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바라는 점으로 '대북정책 노선 변경'을 꼽았다. 인천 옹진군 연평도 주민 박태원(64)씨는 "윤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가장 잘못한 정책이 대북정책이고, 특히 9·19 군사합의를 파기한 것"이라면서 "나아가 북한에 무인기정찰기를 보내 북풍몰이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산 정권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박씨는 "앞으로 대북정책이 전향적으로 바뀌길 바란다"며 "우리가 먼저 남북 합의사항 파기를 선언했기 때문에 되돌리려면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령도 주민 정문석(가명·43)씨도 "접경지역 주민 입장에서는 남북관계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한다"며 "사격훈련이 더욱 빈번해지면서 조업을 나가는 어민들은 경제활동도 더욱 위축됐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9~15일 백령도 서쪽 해안과 대청도 갑죽 해역 부근에서는 합동참모본부 주도 해상사격 훈련이 있었다. 12·3 내란 사태 이후 윤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해 '제2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던 시기에 해상사격 훈련이 이뤄지면서 당시 주민들이 느꼈던 불안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서해5도는 정전 이후 유일하게 북한의 '무력도발'로 주민들이 직접 피해를 입은 지역이다. 북한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데다 무력도발 이후에도 국지전으로 확대될 위험이 적은 섬 지역이기 때문에 북한이 무력도발을 한다면 서해5도일 가능성이 높다. 제1·2차 연평해전, 대청해전, 천안함 피격사건, 연평도 포격전 등 2000년대 이후 모든 남북 군사충돌은 서해5도에서 이뤄졌다.
지난 2일 서해5도 주민 100여명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서해5도의 안전 보장과 특수 행정구역 개편, 서해5도 유엔군 주둔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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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내란 사태' 하루 전날인 지난 2일 서해5도 주민 100여명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으로 몰려가 '서해5도 생존권 보장 촉구 집회를 연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당시 서해5도 주민들은 주민 1002명의 서명이 담긴 청원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다.
이 청원서에는 옹진군 행정구역 개편 및 안보특구 지정 △유엔군 주둔을 통한 주민 안전 보장 △생명권·자유권·행복추구권 보장 △교통 인프라 확충 등이 담겼다.
장태헌(69·백령도 거주) 서해5도어업인연합회장은 "12·3 내란 사태 이후 탄핵이 이뤄진 지난 14일까지 너무 불안해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며 "앞으로는 국면전환용 북풍 공작 등의 공포가 없는 정부가 들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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