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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7 (화)

[이런말저런글] 작은 생선 굽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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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생선 굽기는 어렵습니다. 구워본 사람은 압니다. 못 참고 자꾸 뒤집으면 살점이 다 떨어져 나갑니다. 불 조절도 중요합니다. 노릇노릇 익혀 맛난 살을 먹으려면 말이에요. 마음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기예가 필요합니다. 정치가 그렇습니다. 지금 특히 그렇습니다.

치대국약팽소선(治大國若烹小鮮). 노자(老子) 도덕경 60장 글귀입니다.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굽듯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것으로 우리식대로 얻을 교훈은 충분합니다. 그러나 다음 문장도 옮겨봅니다. "도로써 천하를 다스리면 귀신도 어떻게 하지 못한다. 귀신이 힘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힘이 있어도 사람을 해칠 수가 없는 것이다. 귀신이 사람을 해치지 않으니 성인도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 양쪽 모두 서로 해치지 않으니 그 덕이 서로에게 돌아간다." 귀신이며 성인이며 알다가도 모를 말들이 나옵니다. 그렇지만 느낌으로 대충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습니다.

연합뉴스

작은 생선 굽듯
[촬영 성연재] (연합뉴스 DB)



대통령 탄핵소추 찬반으로 찢긴 어느 당에서 누군가 화이부동(和而不同. 남과 사이좋게 지내기는 하나 무턱대고 어울리지는 아니함)을 외칩니다. 부화뇌동(附和雷同. 줏대 없이 남의 의견에 따라 움직임)한다는 손가락질도 보입니다. 조기 대선을 예감하며 몸풀기하는 이들에 대해 정중동(靜中動. 조용한 가운데 어떠한 움직임이 있음)한다고 언론은 씁니다. 몸풀기를 경거망동(輕擧妄動. 경솔하여 생각 없이 망령되게 행동함. 또는 그런 행동)으로 한편에선 보고 있고요. 사람들은 믿고 싶을 겁니다. 이러든 저러든 만절필동(萬折必東. 황하는 아무리 굽이가 많아도 반드시 동쪽으로 들어간다)할 것이라고. 이 말은 서고동저의 중국 지형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사필귀정(事必歸正. 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길로 돌아감)과 비슷하게 쓰이기도 합니다.

두 말은 유사할 뿐, 같지는 않습니다. 만절필동은 자연법칙이지만 사필귀정은 자연법칙이 아닙니다. 희망은 힘이 셉니다. 그러나 결실로 이어지기까지 곡절이 따릅니다. 작은 생선 굽듯만 해서는 성에 차지 않는 이유입니다. 로마 제정을 연 옥타비아누스가 평소 즐겨썼다는 격언을 그래서 덧댈 수밖에 없습니다. 천천히 서둘러라! 천천히 서둘러라! 천천히 서둘러라!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이야기연구회, 이야기 서양고사, 한실미디어, 1996

2. 이원복 교수의 만화로 보는 세계사, 세계사 사전, 계몽사, 2006

3. 유튜브 채널 광장人 [노자 도덕경 60장, 치대국 약팽소선, 큰 나라를 다스릴 때는 작은 생선을 굽듯이 한다.] - https://www.youtube.com/watch?v=x8kUiRLZK-g

4.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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