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두 국가' 선언 뒤 대남기구 폐지·통일·동족 상징 선대 유산도 파괴
남북 물리적 차단 조치도 진행…남측 대화·지원 제안은 철저히 무시
북한, 경의선 도로 일부 폭파 |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북한은 작년 세밑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뒤 올해 내내 이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대남기구를 없애고 통일과 동족의 개념을 지우기 위해 선대의 유산마저 서슴지 않고 허물었다. 비무장지대(DMZ) 북측으로 장벽을 세우더니 급기야는 남북을 연결하던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를 폭파하는 쇼까지 벌였다.
모두 남북관계에 더는 미련이 없다는, 완전한 단절을 보여주려는 조치들이었다.
정부는 북한의 이런 행태를 '반민족적'이라고 규탄하는 한편 수해 지원이나 실무 협의체 구성 등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철저한 무시로 일관했다.
◇ 대남기구 없애고 통일·동족 상징 선대 유산도 파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작년 12월 3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동족관계'나 '동질관계'가 아니라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인 두 교전국 관계', '가장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선언했다.
김 위원장의 선언은 말에 그치지 않고 곧장 행동으로 옮겨졌다.
헌법에서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표현을 삭제하고 '영토' 조항을 반영하라고 지시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무시하고 연평도와 백령도 북쪽에 '국경선'을 새롭게 그으라고도 명령했다.
철거된 북한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 |
통일·동족 지우기의 일환으로 대남 기구들도 폐지됐다.
김일성의 '통일 업적'을 기리기 위한 조국통일3대헌장탑마저 철거됐고, 조국통일명제(命題)비 등 통일과 관련된 다른 상징물들도 사라졌다.
평양방송을 비롯한 대남 선전매체들이 폐지된 것은 물론 평양 지하철 '통일역'은 '모란봉역'으로 이름이 바뀌고 국가(國歌)에서 한반도를 상징하는 '삼천리'라는 가사마저도 없애는 등 통일 지우기 작업은 '디테일'하게 진행됐다.
북한 TV 그래픽, 한반도 지도서 북쪽만 빨간색 표시 |
◇ 남북 물리적 차단 조치도 진행…장벽 세우고 연결 육로 끊고
김 위원장이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모든 북남 연계 조건들을 철저히 분리시키기 위한 단계별 조치"를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북한은 지난 4월부터 DMZ 북측 지역에 수만 발의 지뢰를 매설하고 군사분계선(MDL)을 따라 방벽을 설치하고 있다. 북한 군이나 주민의 탈북을 막기 위한 목적도 있겠지만 남측과 왕래할 일이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북한은 남북을 잇는 철도·도로를 끊기 위한 조치를 이어가더니 10월에는 경의선·동해선 일부 구간 폭파까지 단행했다. 이후 전차 기동을 차단하기 위해 판 구덩이를 뜻하는 '대전차구'를 만들고 그 뒤에는 11m 높이의 토산까지 쌓았다.
북한이 날린 오물 풍선에 박살 난 자동차 앞 유리 |
◇ 북, 정부의 대화 제안에는 철저한 무시로 일관
정부는 북한의 이런 행태를 "통일에 대한 우리 국민과 북한 주민들의 염원을 저버리는 반통일적이고 반민족적인 행위"라고 비판하며 강력히 규탄했다.
다른 한편에선 "북한과 대화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8·15 통일독트린'에 담긴 당국 간 대화협의체 설치나 수해 지원 등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러시아와 불법적인 협력을 통해 살 길을 찾은 북한이 남측과 대화에 나설 이유가 없었다.
북한의 대남 단절·무시 행태는 내년에도 지속되리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0월 7일 김정은국방종합대학 연설에서 "이전 시기에는 우리가 그 무슨 남녘해방이라는 소리도 많이 했고 무력통일이라는 말도 했지만 지금은 전혀 이에 관심이 없으며 두 개 국가를 선언하면서부터는 더더욱 그 나라를 의식하지도 않는다"면서 "(대한민국을) 의식하는 것조차도 소름이 끼치고 그 인간들과 마주서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김정은, 창립60주년 김정은국방종합대학 방문 |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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