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노스 기고 "한국군 훈련부족·무능 노출…향후 북미대화서 한국 배제 가능성"
북한, 무장장비 전시회 개막 |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로 비롯된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적대적 남북관계'를 선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유럽의 북한통으로 꼽히는 글린 포드 전 유럽연합(EU) 의원은 15일(현지시간)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 기고문에서 "지난 2주간 벌어진 한국의 정치적 소극(笑劇)은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미소 짓게 했다"며 "특히 김 위원장에게는 지난해 연설에서 밝힌 전략적 선택을 정당화하는 완벽한 선물"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의 전략적 선택이란 지난해 12월 3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선언하고 통일 노선을 폐기한 것을 의미한다.
포드 전 의원은 김 위원장의 이런 노선 변경이 2019년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국제정치의 역학관계에 대한 관점을 습득한 결과라고 봤다.
아프가니스탄 철수로 드러난 미군의 취약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노출된 서방 동맹국들의 우유부단함,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에서 나타난 미 동맹국의 독자 행동 가능성 등을 지켜본 결과, 김 위원장은 미국의 통제력이 약화하면서 2차 냉전이 시작되는 국면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포드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의 어리석고 무질서한 쿠데타 실패는 김 위원장의 분석을 재확인해줬고, 그의 힘을 강화시켰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군사력은 북한의 10배를 넘을 수도 있지만 계엄 과정에서 보인 낭패는 군 지도부의 훈련 부족, 불복종, 혼란을 노출했고 여당의 망설임은 이를 악화시켰다"며 "북한으로서는 나쁠 게 없다. 북한이 비밀 무기라고 선전하는 '일심단결'이 한국의 무능과 대비돼 어느 때보다 강력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질적인 차원에서도 현 사태는 향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대화 과정에서 리더십 공백 상태인 한국을 배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에 이득이라고 포드 전 의원은 평가했다.
아울러 그는 "윤 대통령의 실패한 권력 강화 시도는 중국·러시아·이란의 동맹에 합류하려는 김 위원장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것"이라며 "북한, 러시아, 중국은 모두 한국의 향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나 쿼드 플러스 등 합류가 지연·취소되고 정권이 교체되는 것을 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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