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편찬위·동북아역사재단은 판단 유보
12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12·3 불법 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의 4번째 대국민 담화를 시청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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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불법 계엄 사태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뉴라이트 계열의 국가 역사기관장들은 어떤 입장을 내놓았을까. 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이 "계엄령 포고가 정당하다고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고, 나머지 역사기관들은 판단을 유보한 채 소극적 입장 표명에 그쳤다.
17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국사편찬위원회, 동북아역사재단, 한국학중앙연구원에 12·3 계엄령 선포의 정당성 여부에 대한 기관장들의 입장을 물은 결과를 공개했다.
백 의원이 공개한 서면 답변서에 따르면 세 곳 중 불법 계엄 사태의 부당성을 지적한 곳은 한국학중앙연구원뿐이었다. 김낙년 연구원장은 "계엄령 포고의 사유에 동의하지 않고, 포고가 정당하다고 보지 않는다"며 "포고령 자체에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나머지 두 곳은 판단을 유보하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허동현 국사편찬위원장은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의 장으로서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그러면서도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결의는 합당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도 "계엄령 선포의 정당성은 관련 기관에서 판단할 사안"이라며 입장을 뚜렷하게 밝히지 않았다. 다만 "계엄령 선포는 국가 비상사태에 공공질서와 안녕을 유지하기 위해 선포되는 긴급조치로 엄격한 요건과 절차가 필요하다"며 "외교, 안보, 경제 등 현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국민 다수가 공감하기에는 부족한 조치였다"고 평했다.
백 의원은 불법 계엄 사태를 명확하게 비판하지 않은 역사기관 두 곳을 향해 "국민 신뢰를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대다수 국민의 찬성으로 통과된 상황에서 국사편찬위원장과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의 회피성 답변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며 "역사적 책임을 외면하는 답변으로 국가 역사기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김낙년 연구원장은 일제 식량 수탈을 수출로 미화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일제 식민사관을 담은 '반일 종족주의'의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 박지향 이사장도 "한국 국민 수준이 1940년대 영국 시민보다 못하다" "일본만 탓할 게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나 생각해보자"고 발언한 뉴라이트 인사이다. 허동현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 국정교과서 편찬에 참여했고 홍범도 장군을 공산주의자로 매도하며 육사 내 흉상 철거도 찬성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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