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 수사될 수도" vs "증거 능력 문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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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경찰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윤석열 대통령 사건을 이첩했지만, 수사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경찰은 공수처를 통해 확보한 영장으로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지만, 일각에서는 경찰과 공수처 간 모호한 지휘 체계로 인해 향후 재판에서 '위법 수사'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 국수본부장)은 16일 오전 9시쯤 윤 대통령 관련 사건 수사 내용을 공수처에 이첩했다. 특수단이 공수처로 이첩한 피의자는 윤 대통령을 비롯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 여인형 방첩사령관(직무정지) 등 총 5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영장 신청 문제 등 신속한 사건 처리를 위해 공수처 협조가 필요하다"며 "이첩이란 단어 때문에 사건을 넘긴다는 오해를 받는데, 뒤로 빠지는 게 아니라 모든 수사는 경찰이 한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관련 수사자료를 공수처에 지속적으로 제공하면서 합동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경찰과 공수처의 협업 규정이 모호해 향후 재판 과정에서 '위법 수사'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형사소송법상 경찰과 공수처 간 지휘 체계가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조본의 태생적 한계가 뚜렷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은 '공수처가 수사권과 공소 제기·유지권을 갖는 사건'에 대해서 사법경찰관이 압수·수색·검증영장, 통신영장 등을 공수처 검사에게 신청했을 때의 절차를 규정하고 있지만, 체포·구속영장에 관한 내용은 명시돼 있지 않다.
경찰이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하며 윤 대통령에 대한 조사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경찰이 공수처에 체포, 구속영장을 신청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위법 수사될 수도" vs "증거 능력 문제없어"
경찰은 공수처와 공조수사본부(공조본)을 통해 공수처의 영장 청구권을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 등 계엄 핵심 인물에 대해선 공수처를 통해서 신병 확보, 송치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는 경찰이 수사기관 중 유일하게 '내란죄 수사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작 강제 수사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수사 내내 경찰은 '압수영장 불청구'로 인해 검찰과 충돌했다. 경찰 특수본은 앞서 문상호 국방부 국군정보사령관을 긴급체포했으나 검찰이 16일 불승인하면서 신병 확보에 실패하기도 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영장 청구권을 쥔 검찰이 경찰 수사를 뭉갠다"는 불만이 나왔다. 이 때문에 영장 청구권이 없는 경찰은 차선책으로 공수처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경찰은 영장 청구는 공수처를 통해 하지만, 실질적인 수사는 경찰이 직접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향후 재판 과정에서 이 같은 수사가 적법 수사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은 남아있다.
공수처가 발부받은 영장으로 경찰이 수사를 하게 될 경우 향후 재판에서 '위법 수집 증거'로 무효가 될 수도 있다. 가령 공수처 신병을 확보한 피의자에 대해서 경찰이 진술을 받아냈다면 변호인 측에서 증거 능력을 문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수처가 '내란죄 수사권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도 문제다. 대통령은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지만, 내란죄는 수사 가능 범죄가 아니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검찰과 공수처는 사실상 반쪽짜리 수사권만 가지고 있는 셈이다.
반면 공조본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경찰과 공수처의 협업이 적법하다는 의견도 적잖다. 경찰과 공수처가 '공조 수사'를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둘 간의 지휘 체계를 이유로 수사 자체를 위법으로 몰아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 어느 경우도 다 수사권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수사 자체만 적법하다면 재판 과정에서 문제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가령 공수처가 발부 받은 영장으로 경찰이 구속 수사를 할 경우, 변호인 측에서 '구속은 공수처에서 했는데 수사는 왜 경찰이 하냐'고 문제 제기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경찰 혼자서 수사를 하는 게 아니라 공수처도 수사에 관여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 변호사는 "경찰 수사는 보충적인 것이었다는 식의 논리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cym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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