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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석유화학 생존위한 '빅 딜'?…"정부 적극적 대응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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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석유화학 골든타임] ③정부 주도 구조조정

[편집자주] 석유화학 사이클이 사라졌다. 3~5년에 한 번씩 오던 호황은 이제 기대하기 어렵다. 중국·중동발 과잉공급 때문이다. 하지만 석유화학은 반도체·자동차·건설·유통 등 전 산업 분야의 근간으로 대한민국이 포기할 수 없는 분야다. '골든타임' 안에 사업혁신과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머니투데이

일본 석유화학 산업 특징과 구조재편 방법/그래픽=윤선정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조정에는 기업과 정부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문제는 '강도'와 '타이밍'이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17일 업계와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중 '석유화학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는 게 목표다. 여기에는 화학 업계의 구조조정을 유도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책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 "석유화학 등 글로벌 과잉공급으로 어려운 업종에 대해 선제적 사업재편을 유도해 나가겠다"고 예고했다.

정부는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끌어낸다는 구상이다. 기업활력법을 강화해 구조조정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이 우선 거론된다. 이외에 △저리의 정책금융 지원 △원재료 관세 인하 △연구개발비 지원 등이 담길 게 유력하다.

더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잖다. 중국·중동발 저가 범용 제품 러시는 기업의 자발적 노력만으로 돌파구를 찾기 힘든 변수이기 때문이다. 정부 주도의 강력한 구조조정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서 주목하는 게 일본의 선례다. K-화학의 추격에 밀리던 일본은 합병, 설비 폐쇄, 용도 전환 등 구조조정으로 위기를 돌파했다. 1지역 당 1사만 남긴다는 원칙을 세우고, 기업 간 통폐합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특정산업구조개선 임시조치법을 시행해 공동 투자·공동 판매 회사 설립, 과잉설비 처리 등을 지원했다.

이와 유사한 '팀 코리아' 해법도 나왔다. 최근 삼일PwC는 △'빅 딜'을 통해 국내 범용 제품 생산기업을 1~2곳으로 만들고 △나머지 기업들은 스페셜티 생산기업으로 특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구조조정 안을 제안했다. 현재 국내 NCC(납사분해설비)는 울산에 2개, 여수와 대산에 각각 4개 있는데, 이를 통폐합해 가동률을 올리고 채산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구조조정을 거쳐 범용 제품을 생산하기로 한 기업에 대한 시장의 독점적 위치를 인정해줘야 가능한 방안이다. 정부가 독점규제·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완화해야 하는 숙제가 있는 셈이다. 화학 업계는 사업 재편을 위해 이 법을 유예하는 것을 줄곧 요청해왔으나, 정부는 일단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화학 산업에 한해 공정거래법 적용을 한시적으로 유예해 구조조정을 뒷받침했었다. 정부는 독점 문제 해결을 풀 수 있는 다른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일본의 사례를 분석해 K-화학에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과거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K-화학이 중국의 물량에 밀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산업부 역시 '일본 석유화학 주요 정책 및 현황 조사 연구'에 관한 용역을 긴급 발주했다. 다만 초유의 '계엄 후 탄핵' 정국 속에서 화학 산업을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는 중이다.

최창윤 삼일PwC 파트너(전무)는 "지금 석유화학 산업에 닥친 위기와 경쟁의 강도가 역대급인 상황으로, 10~20년 미래에 대한 정부의 준비와 대응이 절실하다"며 "B2C(기업-소비자간 거래) 사업도 아닌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에 대해 공정위 등이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인 자세를 견지하는 것에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박미리 기자 mil05@mt.co.kr 세종=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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