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등 "우크라 보안국 소행" 보도
러 "테러 행위… 보복 불가피" 격앙
러시아 수사관들이 16일 모스크바 남동부 랴잔스키대로에서 이고르 키릴로프 러시아 국방부 화생방전 방어사령관 폭사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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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 대로변에서 우크라이나 소행으로 추정되는 폭발 공격이 발생해 러시아군 고위 간부가 사망했다. 해당 간부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모스크바에서 암살된 군 장교 중 최고위 인사다. 러시아 정부는 격분하며 보복을 예고했다.
"우크라군 특수작전"
16일 모스크바 남동부 랴잔스키대로에서 폭사한 이고르 키릴로프 러시아 국방부 화생방전 방어사령관이 지난해 2월 모스크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사진이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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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이고르 키릴로프 러시아 국방부 화생방전 방어사령관이 모스크바 남동부 랴잔스키대로에 있는 자택 근처에서 폭사했다. 해당 사건이 발생한 곳은 크렘린궁에서 불과 7㎞ 떨어진 모스크바 중심가로, 러시아 매체 코메르산트는 "수도에서 저질러진 전례 없는 범죄"라고 평가했다. 해당 아파트 1∼4층 유리가 깨지고 자동차 여러 대가 파손되는 등 폭발 규모도 컸다. 키릴로프 사령관과 동행하던 보좌관 한 명도 목숨을 잃었다.
러시아 정부는 이 사건을 "테러 행위"로 규정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강력 폭약인 TNT 100~300g이 담긴 폭탄이 키릴로프 주거지 근처 킥보드에 장착되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되는 등 '외부 세력 공작'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러시아 수사당국은 주장했다. 수사관들은 폭탄이 원격으로 폭발했을 것으로 보고 사건 현장 주변 감시카메라 영상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배후는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유력하다. AP 등 외신들은 이날 익명의 우크라이나군 관계자를 인용해 "키릴로프 제거는 SBU의 특수작전"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CNN방송은 "키릴로프는 우크라이나군에 화학무기를 사용한 전범이며 절대적으로 합법적인 표적"이라는 SBU 관계자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전날 SBU가 "키릴로프가 전장에서 화학 무기 최소 4,800건 사용을 명령했다"고 규탄한 것 역시 우크라이나 배후설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가장 대범한 암살"
러시아 폭발 사건을 일으킨 폭탄이 설치되어있던 킥보드가 17일 모스크바 랴잔스키대로에서 전소된 채 방치되어 있다. 모스크바=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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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SBU 소행이 맞다면 이번 공격은 우크라이나가 모스크바에서 자행한 가장 대범한 암살 작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그간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미사일 개발 연구원이 의문사하거나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에서 러 해군 고위 장교가 지난달 폭사한 사건은 있었지만, 러시아 수도 한복판에서 고위 장교가 암살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건은 최근 3년 사이 발생한 것 중 가장 충격적"이라며 "러시아군 공세로 동부 격전지 영토를 잃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요인 암살 등 비전투 작전을 확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격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최측근이자 전 대통령을 지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 군사·정치 지도부에 보복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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