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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증시 ‘계엄 여진’… 외국인, 탄핵이후 1조 ‘매도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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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상당 해소에도 韓증시 탈출

계엄 이후 순매도 2조9000억 달해… 탄핵안 통과에도 흐름 바뀌지않아

‘헌재 결정 등 불확실성 여전’ 관망… 내수 침체-트럼프 리스크도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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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사태가 탄핵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국내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정치적 불확실성은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외국인투자가들은 여전히 ‘셀(Sell) 코리아’ 행보를 이어가면서 국내 증시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적어도 헌법재판소 결정과 그 후에 이어질 수 있는 대선까지, 내년 상반기에도 정치적 혼란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투자자들을 짓누르는 모양새다. 여기에 내수 침체 등 국내 경기 악화, ‘트럼프 리스크’ 같은 대외 불안 요소들도 상존하는 만큼 한국 시장에 대한 외국인들의 불안감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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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2.16포인트(1.29%) 떨어진 2,456.81에 마감했다.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첫 거래일인 16일(―0.22%)에 이어 이틀 연속 하락한 것이다. 코스피는 10일부터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나타내며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직전인 3일(2,500.10) 수준까지 거의 회복했다가 오히려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이후에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코스닥도 이날 4.06포인트(0.58%) 내린 694.47에 거래를 마쳐 5거래일째 이어진 상승세에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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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 하락은 외국인이 주도하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도 코스피에서 6793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며 6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이어갔다. 외국인은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4일 이후 17일까지 하루(9일)를 제외하고 매일같이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는데 이 기간 순매도 규모는 2조9000억 원에 달한다. 14일 탄핵 가결 이후 이틀간 순매도액도 1조 원이 넘는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3.9원 오른 1438.9원에 마감해 주간 거래 종가 기준 4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지속했다.

탄핵소추안 가결로 10여 일간 이어진 계엄 사태 혼란이 일단락되면 시장이 안정화 국면으로 들어설 것이란 당초 전망과 달리 금융시장은 여전히 맥 빠진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2004년 3월 12일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된 다음 거래일에 코스피는 0.41% 올랐고 그 주에는 4% 넘게 상승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2016년 12월 9일 이후에도 코스피는 3거래일 연속 올랐다. 과거 두 차례 탄핵 국면에서 주식 시장이 정치 불확실성 해소를 반영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비상계엄 선포의 충격이 워낙 컸던 만큼 정치적 불확실성이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고 여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외국인들은 비상계엄 선포가 금융시장에 미친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며 “헌법재판소 결정이 얼마나 걸릴지, 조기 대선에서 누가 당선될지 등의 변수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들은 이번 충격의 여진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한국 주식 시장을 관망하는 쪽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리스크가 일부 해소됐어도 한국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점도 이들의 투자 심리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최제민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탄핵 국면이 얼마나 장기화될지도 모를뿐더러 내수는 안 좋고 수출 경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향후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부정적”이라며 “외국인 입장에서는 한국 주식 시장에 손이 잘 안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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