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개봉 ‘무파사:라이온 킹’…94년 원작 프리퀄
‘심바 아빠’ 무파사 서사 통해 ‘참된 리더’ 자질 물어
“원작 오마주를 찾아라” 디즈니 답게 교훈은 곳곳에
18일 개봉한 영화 ‘무파사:라이온 킹’[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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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1994년 개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이 30년이 지난 올해 실사판으로 다시 돌아왔다. 18일 개봉한 ‘무파사:라이온 킹’은 ‘심바’의 아빠 ‘무파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프리퀄(prequel·원작의 이야기보다 앞선 시기를 다루는 작품)이다.
94년작에서 개코원숭이 라비키가 프라이드록(Pride rock) 위에서 갓난 아기 사자 심바를 들어올리자 온 사바나의 동물들이 무릎을 궆여 경의를 표하고 환호했더랬다.
1994년 ‘라이온 킹’ 원작에서 무파사와 사라비 사이에서 아들 심바가 태어나자 예언자 원숭이 라피키가 들어보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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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아들이란 이유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미래의 왕으로 대우받다니!’ 법적 신분제가 사라진 현대사회에서 어쩔 수 없이 ‘불편’한 감정이 들 만한 장면이었다. 여기에 심바가 삼촌 스카에게 “나중에 내가 왕이 된대요. 내가 왕이 되면 삼촌은 뭐가 되는거죠?”라고 천진하게 묻는 장면은 화룡점정. 여기서 ‘스카가 흑화될 만했다’는 탄식이 나올 만했다.
이런 ‘불편함’을 디즈니는 그냥 두지 않았다. 2024년판 라이온킹에선 어째서 무파사가 사자들의 왕, 동물들의 왕으로 인정받고 사랑받는 지를 120분에 걸쳐 설득한다. 이는 왕이 될 자질은 과연 무엇인지, 특히 현대 사회에선 진정한 리더란 어떠해야 하는지를 되묻는 과정이다.
우리가 아는 ‘스카’는 사실 원래 이름이 ‘타카’였다. 타카를 통해 반면교사하면서, 그에 비해 무파사가 왜 참된 리더인지를 깨닫는 여정이 펼쳐진다. (※아래 내용부터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
1994년 ‘라이온 킹’의 한 장면. 어린 심바가 삼촌 스카에게 “나중에 내가 왕이 된대요. 내가 왕이 되면 삼촌은 뭐가 되죠?”라고 묻고 있다. |
사실 아기사자 타카는 한 무리를 이끄는 대장 숫사자의 외아들로서 훗날 왕위를 이을 왕자였다. 이에 반해 아기 무파사는 단란한 엄마, 아빠 사자와 함께 살던 보통의 사자였다. 하지만 대홍수로 가족과 떨어져 머나먼 곳까지 떠밀려 내려온 무파사가 타카 무리의 영토에 불시착하면서 무파사와 타카, 둘의 인연이 시작된다.
타카의 아빠 ‘오바시’는 “무리를 이끄는 숫사자의 책무는 한가롭게 낮잠을 자는 것”이라고 강변하는 왕이다. 오바시는 근본없는 무파사가 타카와 어울리는 것을 탐탁치 않아한다. 뿐만 아니라 무파사를 숫사자들이 쉬는 나무 그늘에는 발도 들이지 못하게 하고 오직 암사자들하고만 지내게 한다.
그러나 이것은 오히려 독(毒)이 됐다. 암사자들과 어울리며 사냥을 도맡은 무파사는 타카의 엄마 에셰로부터 사냥 비법을 전수받고 뛰어난 포식자로 성장한다. 그 뿐이랴.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까지 배운다.
반면 아빠를 따라 한갓지게 낮잠을 자고 잡아온 고기를 대접받던 타카는 엄마 에셰가 백호(白虎) 무리에게 공격받는 상황에서 혼자 도망치는 겁쟁이가 된다. 백호를 죽이고 에셰를 구한건 다름아닌 무파사. 이때 타카가 훗날 비열한 스카가 될 첫 뒤틀림이 시작된다. 무능력한 자신에 대한 자괴감, 그리고 한 수 아래라고 생각했던 무파사에 대한 열등감이 싹튼 것이다.
오바시의 부성은 맹목적이다. 아들에게 리더가 될 자질을 가르치지 않으면서 그저 자신의 핏줄이기 때문에 ‘너는 왕이될 것이다’고 세뇌한다. 백호 무리의 대대적 습격을 피하지 못할 것을 감지했을 때 ‘왕의 피’를 물려받은 타카를 지킬 수 있다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다는 결단을 내리지만, 이는 맥락상 ‘자기애’에 가깝다.
아기사자 타카와 무파사가 함께 초원을 달리고 있다.[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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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와 무파사는 백호 무리의 왕 키로스와 그 무리를 피해 도망치는 여정을 시작한다. 약속의 땅 ‘밀레레’(훗날 프라이드랜드)를 찾아가는 도중 암사자 ‘사라비’가 합류하는데, 타카는 사라비를 미래의 왕비로 점찍는다. 무파사에게 ‘플러팅’ 기술을 배워서 적극적으로 구애하지만, 사라비가 코끼리 떼에 밟혀 죽을 절체절명의 순간엔 구하러 나서지 못한다. 이때 사라비를 구한 것은 또 무파사다.
사라비가 무파사와 사랑에 빠지자 이제 완전히 흑화된 타카는, 절대로 리더가 해서는 안될 일을 하고 만다. 배신감에 휩싸여 키로스를 찾아가 거래를 한다. 내가 도와주겠으니 무파사를 해치워달라고.
타카는 돌에 발톱 상처(스카)를 표식으로 남기면서 키로스에게 길안내를 한다. 그렇게 무파사와 함께 키로스 일당도 밀레레에 들어오게 된다. 밀레레에 살고 있던 기린, 얼룩말, 하마 등 수많은 초식동물들은 키로스의 등장에 혼비백산한다. 사사로운 감정으로 수많은 이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타카의 모습은 섬뜩하게 다가온다.
무파사는 역시나 키로스를 해치우고 나머지 잔당을 밀레레에서 몰아낸다. 여기에 배신자 타카를 추방하라는 주민들의 원성에도, “나 무파사가 이곳을 통치하는 한, 타카는 이곳에 있을 수 있다”고 포용하는 대인배의 면모를 보인다.
이로써 영화는 무파사는 아이 심바가 태어났을 때 온 초원의 동물이 함께 기뻐하는 참된 리더라는 설정을 설득해낸다. 또한 타카는 왜 본래 이름을 버리고 ‘스카’라는 주홍글씨를 받아들였는지까지 설명이 완료된다.
무엇보다 ‘무파사:라이온 킹’은 직접적으로 “왕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대사를 남겼다.
따지고 보니, 94년도 원작에서 심바 역시 그저 왕위를 물려받지 않았었다. 자신 때문에 아빠 무파사가 죽었고, 멀리 도망간 타지에 가서 고난과 역경을 딛고 어엿한 성체 숫사자가 되어 돌아와 황폐해진 땅에서 폭군 스카를 몰아내고 다시 번영을 불러왔다.
그리하여 심바는 동물들로부터 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디즈니는 프리퀄을 통해 원작을 또 한번 재해석하며, 라이온 킹의 대서사시를 완전한 ‘생명의 순환’(Life balance circle)으로 구현했다.
Tip. 영화에서 눈여겨 볼만한 포인트로 두 가지. 먼저,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을 꾸준히 이야기하는 디즈니답게 영화 곳곳에서 PC주의적 요소를 찾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백호 무리를 ‘어딘가 남들과 다르단 이유로 차별과 배제를 받은 사자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폭력적인 군대’로 설명하는 것이 하나가 되겠다. 아울러 원작의 오마주 장면도 여럿 찾을 수 있다. 스카가 무파사를 절벽에서 떨어뜨려 죽일때 했던, 날카로운 발톱으로 앞발을 푹 찌르는 장면이 이번 프리퀄에서 여러 번 차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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