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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尹이 초래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 대북 리스크보다 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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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기자]

# 12·3 내란 사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국내 증시의 취약성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습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자 외국인 투자자가 줄줄이 순매도세로 돌아섰기 때문이죠.

# 더 큰 문제는 외국인 투자자가 이전보다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겁니다. 12·3 내란 사태 후 외국인의 순매도액은 벌써 2조900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이런 추세는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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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내란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의 영향으로 국내 증시가 연일 출렁이고 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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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12·3 내란 사태의 후폭풍에 출렁이고 있습니다. 지난 4일부터 내리 하락세를 걷던 국내 증시는 5거래일 만인 10일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투자자의 우려는 여전합니다.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4일 국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가결했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은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큽니다.

이럴 때면 항상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국내 증시의 취약성을 나타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입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국내 상장기업의 주식 평가 수준이 비슷한 외국 기업과 비교해 낮게 형성되는 현상을 뜻하죠. 같은 사업을 하고 매출 규모도 비슷하지만 한국기업의 주가가 외국기업에 비해 낮다는 겁니다.

이런 현상이 관찰되기 시작한 게 2000년대 초반이라는 걸 감안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20년 넘게 국내 증시를 괴롭히는 요인임에 틀림없습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해 5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2012~2021년 국내 기업의 주가 장부가치(주식의 시장가치를 주당 장부가치로 나눈 재무비율)가 선진국의 52.0%, 신흥국의 58.0%에 불과하다고 밝혔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요인은 낮은 주주환원, 취약한 기업지배구조, 지정학적 리스크 등 매우 다양합니다. 특히 지정학적 리스크가 터지면 어김없이 나타난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국내 증시가 흔들리는 걸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중심엔 항상 외국인 투자자가 있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를 쥐락펴락할 만큼 영향력이 강하기 때문이죠.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1월 말 외국인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는 국내 주식의 시가총액은 686조449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국내 증시의 시총이 2352조5973억원이라는 걸 감안하면 전체의 29.1%를 외국인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니 외국인 투자자의 방향성에 따라 국내 증시도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외국인 투자자가 22조4226억원의 순매수세를 기록한 올해 상반기 코스피지수는 연초 2669.81포인트에서 6월 28일 2797.82포인트로 4.7%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하반기 외국인 투자자가 18조8131억원의 순매도세로 돌아서자 7월 11일 2891포인트까지 상승했던 코스피지수는 2400포인트대로 곤두박질쳤습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건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높아질 대로 높아졌을 때입니다. 이런 시기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발생하면 외국인 투자자는 썰물처럼 국내 증시를 빠져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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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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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사례가 다름 아닌 12·3 내란 사태 이후에 나타난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 직후인 4일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4238억원을 순매도했습니다. 매도세는 6일까지 이어졌죠. 총 3거래일 동안 외국인 투자자가 팔아치운 국내 주식은 1조102억원에 달합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2500.10포인트에서 2428.16포인트로 2.87% 하락했습니다. 코스피 시장보다 외부 충격에 취약한 중·소형주가 몰려 있는 코스닥지수는 4.26%(690.80포인트→661.33포인트)나 떨어졌습니다.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는 개인투자자에게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증시 하락을 우려한 개인투자자가 패닉셀(Panic Sell)에 나서면서 증시가 더 떨어진 겁니다. 개인투자자는 외국인의 순매도세가 3거래일째 이어진 9일 매도세로 돌아섰고, 이날 하루만 1조2021억원을 순매도했습니다. 9일 코스피지수가 2400포인트 아래로 떨어지고, 코스닥지수는 630포인트 밑으로 폭락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잊을 만하면 반복되고 있다는 겁니다. 전통적인 원인으로 지목되는 건 지정학적 리스크입니다. 국내 증시는 북한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핵실험, 미사일 발사, 무력도발 등이 있을 때마다 시장은 출렁였고, 외국인 투자자는 "셀 코리아(Sell Korea)"를 외쳤습니다.

시계추를 2008년으로 돌려볼까요. 그해 9월 10일 내외신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져 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세계에 타진했습니다. 북한 최고 권력자의 건강 이상설에 불확실성이 꿈틀거렸습니다. 북한 내 권력투쟁 가능성, 체제 붕괴 우려 등 다양한 설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불안감은 주식시장으로 전이됐고, 외국인 투자자는 가파른 매도세를 기록했습니다. 2008년 9월 10일 하루에만 외국인 투자자는 6024억원을 순매도했죠. 11일 917억원의 순매수세로 돌아섰지만 12일과 15일에도 각각 4085억원, 6078억원을 팔아치웠습니다.

2017년 9월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당시 미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이에서 설전이 오갔을 때도 외국인 투자자는 6596억원(9월 5~6일)을 순매도했죠. 반복학습의 결과겠지만 2017년 이후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약화했습니다.

문제는 정치적 리스크란 새로운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이 발생했다는 점입니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당시)의 탄핵 사태 때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그해 10월 24일 박 대통령의 탄핵에 스모킹건으로 작용한 태블릿PC 관련 뉴스가 전파를 탔습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외국인 투자자는 25일과 26일 각각 613억원과 684억원을 순매도했죠. 이전까지 8거래일 연속 순매수세를 기록했던 것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2022년 9월 국내 채권시장을 얼어붙게 만든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 때도 외국인은 비슷한 행보를 보였습니다. 2022년 9월 28일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레고랜드의 개발을 맡은 강원중도개발공사의 기업회생을 신청하겠다고 밝히면서 채권시장에 자금경색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이날도 외국인 투자자는 2742억원의 순매도세를 기록했습니다. 이를 두고 김 도지사의 섣부른 말이 부른 정치적 리스크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앞선 두 사례의 파급력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박 대통령 탄핵 사건만 해도 그렇습니다.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는 금방 잦아들었습니다.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2016년 12월 8일, 대법원에서 탄핵을 판결한 2017년 3월 10일 이후에도 외국인 투자자는 순매수세를 기록했습니다. 레고랜드 사태가 터졌을 때도 외국인은 단 하루만 매도했을 뿐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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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2·3 내란 사태에선 외국인이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4~6일 1조원 넘게 순매도한 외국인은 11일 이후 또다시 2090억원의 순매도세로 돌아섰습니다. 외국인의 매도세는 17일까지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지난 4일부터 17일까지 외국인 투자자가 팔아치운 국내 주식은 2조9000억원에 달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주요 외신이 이번 사태를 군사반란인 친위 쿠데타(self coup)로 규정한 데다, 탄핵안 가결 이후에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어쩌면 지금부터란 얘기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기침체 가능성까지 외국인의 매도세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11월 발표한 수정경제 전망에서 우리나라의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9%로 제시했습니다. 기존 전망치인 2.2%에 0.3%포인트 하락한 것은 물론이고 2.0%의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수치입니다. 경기침체 우려에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 '퍼펙트 스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정우철 블랙펄자산운용 대표는 현재의 상황을 이렇게 진단했습니다.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정치적 불확실성 리스크까지 터졌다. 정치적·경제적으로 불안한 나라에서 돈을 빼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한국 경제를 침체 위기에서 구할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는 계속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을 줄이는 게 가장 시급하다." 국내 증시는 '대통령'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떠오른 지금의 현실을 이겨낼 수 있을까요?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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