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후 저성장·저물가 도래 가능성 시사점 분석
‘장기 침체’ 관련 내용 반영해 ‘이목’…“日 잃어버린 20년 대표적”
“저성장·저물가 진입 시 통화정책 유효성 제한, 비기축통화국 제약 커”
“상당한 경제적 비용 불가피, 성장 잠재력 제고 위한 구조개혁 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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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장기 침체(secular stagnation)’를 언급하며 성장 잠재력 제고가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구조개혁으로 경쟁력 제고를 끌어내지 못하면 ‘저성장·저물가’ 진입은 물론, 장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진단하면서 경제 침체 우려에 경종을 울린 셈이다.
한은은 18일 ‘물가안정 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물가가 1%대로 낮아져 있지만, 1~2년 전망 시계(2025~2026년) 내에서 1% 이하의 저인플레이션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최근 공급·수요측 물가압력이 제한적이지만 향후 국내경제가 1%대 후반(2025년 1.9%→2026년 1.8%)의 성장세를 나타내고, 근원물가와 밀접한 민간소비도 2% 안팎의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 데 따른 것이다. 한은은 향후 2년간 적용될 물가안정목표 수준도 현재 2%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중장기적 관점이다. 한은은 ‘팬데믹 이후 저성장·저물가 도래 가능성에 대한 최근 논의와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경제의 저성장·저물가 진입 가능성을 진단했다.
한은은 최근 주요국에서 팬데믹 이전 구조적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있어 팬데믹 이전 장기간 지속했던 저성장·저물가 흐름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는 점을 주목했다. 한은은 우리나라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저성장·저물가 진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저물가는 1% 이하로 다시 말해 0%대 수준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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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한은은 “저성장·저물가 국면에 일단 들어서면 회복을 위해 상당한 경제적 비용이 수반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완화적 통화 및 재정정책 등 총수요 확대 정책의 경기부양 효과는 제한되는 반면, 자산가격 상승만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저성장·저물가 국면에 진입하면 경기대응을 위한 정책효과가 크게 제약된다고 짚었다. 한은은 “일반적으로 명목금리의 제로 하한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저인플레이션 고착화는 실질금리 하락을 제약함으로써 통화정책의 효과를 크게 떨어뜨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비기축통화국으로서 제약도 있다고 봤다. 소규모 개방경제국가에서는 선진국과의 금리격차가 일정 수준보다 확대될 경우 자본유출과 이로 인한 환율상승 우려가 존재해 신흥국의 경우 초저금리, 또는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하는 데 선진국보다 더 큰 제약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또한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하면 자산가격 상승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저성장이 장기화돼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늘어난 유동성이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자산시장 불안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주목할 부분은 한은은 이날 ‘장기 침체(secular stagnation)’와 관련한 논의 내용을 조명했다는 것이다.
한은은 장기 침체를 실제GDP가 잠재GDP를 하회하는 가운데 실질금리가 자연실질금리보다 높게 형성되어 있는 상황으로 정의했다. 한은은 “자연실질금리란 실제 산출량이 잠재 산출수준과 일치하게 되는 이론적인 금리 수준을 의미한다”며 “실질금리가 자연실질금리보다 높은 경우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면서 총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개념은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 국가들에서 경기 회복세가 지연되는 현상에 대해 2000년대 초부터 선진국 경제가 구조적 요인에 의해 자연실질이자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장기 침체에 진입했다고 주장해 관련 논의가 활성화됐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이창용 한은 총재가 미국 하버드대 시절에 스승과 제자로 인연을 맺은 인물이다.
한은은 “장기 침체의 원인으로는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 기술혁신 침체, 소득불평등 심화, 과다 부채 등이 제시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기 침체의 대표적인 사례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제시했다.
한은은 “일본은 1990년대초 자산버블 붕괴 이후 구조조정의 지연과 함께 고령화 등 경제사회구조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함에 따라 만성적인 수요부진과 디플레이션이 이어지며 잠재성장률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로지역 역시 금융위기 이후 제로금리, 양적완화 등 초완화적 통화정책과 막대한 재정지출에도 불구하고 혁신의 정체, 투자 부진 등으로 인해 잠재성장률이 둔화했으며, 인플레이션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고 부연했다.
[이투데이/서지희 기자 (jhsseo@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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