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끊어진 계층 이동 사다리…10명 중 3명은 ‘저소득층 수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 국민 10명 중 3명이 6년 동안 소득 하위 20%를 벗어나지 못하고 가난한 상태로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계층에 한 번 진입하면 10명 중 6명은 고소득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계층 이동의 역동성이 높지 않아, 소득 계층의 양극화가 계급사회처럼 고착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청년 10명 중 1명 6년째 가난 못 면해





통계청이 18일 발표한 ‘2017∼2022년 소득이동통계 결과’를 보면, 2017년 1분위(소득 하위 20%)에 속한 이들 중 2022년까지 계속해서 1분위에 머문 비율은 31.3%다. 10명 중 3명은 6년 동안 단 한 번도 저소득층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얘기다. 특히 적극적인 경제 활동 참가로 소득 증대 가능성이 가장 큰 청년층(15∼39살)도 15.2%는 6년 동안 내내 저소득층에 머무르고 있었다. 반면, 6년 내내 5분위(소득 상위 20%)에 머무른 비율은 63.1%를 기록했다. ‘계층 이동 사다리’가 끊겼다는 사회적 인식이 통계 수치를 통해 확인된 셈이다.



이번 통계는 통계청이 보유한 인구·가구 정보와 국세청의 과세정보(근로소득·사업소득)를 결합해, 약 1100만명의 2017∼2022년 소득 변화를 추적 분석한 결과다. 가구 단위의 소득·자산을 공간적으로 비교(횡단 분석)할 수 있는 가계금융복지조사와 달리, 우리 경제의 생산성이 개인의 소득이라는 형태로 어떻게 분배되고 있는지 시간적으로 분석(종단 분석)한 셈이다. 개인의 소득 변화를 여러 해에 걸쳐 살펴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5분위·1분위 유지 비율 높아…양극화 고착





이번 조사에서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굳어진 모습도 포착됐다. 2021년과 비교해 2022년 각 소득분위 유지 비율을 보면, 고소득층인 5분위 유지 비율이 86.0%로 가장 높았다. 2021년 5분위에 속한 10명 중 9명이 다음 해에도 그 자리를 유지했다는 얘기다. 이어 1분위 유지 비율은 69.1%로, 두 번째로 높았다. 조사 기간을 2017~2022년으로 넓혀도 5분위 유지 비율은 해마다 85∼86%를, 1분위 유지비율은 68∼69%를 유지했다. 한번 고소득층에 올라서면 쉽게 내려오지 않고, 한번 저소득층에 빠지면 헤어나오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2분위(하위 20~40%)는 2022년 소득분위 유지비율은 49.9%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2분위 계층에서 1분위 또는 3분위 등 다른 소득계층으로 이동하는 장벽이 가장 낮았다. 구체적으로 2021년 2분위 계층에 머물렀던 이 가운데 21.3%는 1분위로 하락했고, 20.7%는 3분위로 상승했다. 또 2단계 뛰어 4분위로 이동한 이들도 7.1%였다. 소득계층 중앙에 위치하는 3분위도 소득분위 유지비율이 54.7%로 낮은 편이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22년 소득 계층 이동 34.9%…하락 추세





이런 소득계층의 이동을 통해, 한국 경제의 역동성과 성과 분배의 변동성을 가늠해볼 수 있다. 전년 대비 소득분위가 오르고 내린 비율(소득 이동성)을 통해 계층 이동 사다리가 얼마나 작동하는지 살펴볼 수 있어서다.



구체적으로 2022년 소득 이동성 비율은 34.9%였다. 2020년 35.8%, 2021년 35.0% 등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동성 비율은 하락세를 나타냈다. 우리 사회가 해를 거듭할수록 계층 이동성이 약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남성보다 여성, 중장년층보다 청년의 사회 이동성이 높았다는 것도 특징이다. 여성의 사회 이동성 비율은 36.0%, 남성은 34.0%였다. 경력단절이 많고, 서비스업 등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직종에 근무하는 비율이 높은 탓에 여성의 소득 하향 비율이 남성보다 높은 영향이다. 청년층의 소득 이동성 비율이 41.0%로 가장 높았고, 중장년·고령층은 32.2%, 25.7%에 그쳤다. 청년층은 상위 분위로 이동하는 비율(23.0%)이 하위 분위로 이동하는 비율(18.0%)보다 높았으며, 중장년·고령층은 반대로 하향 이동 비율이 더 높았다.



아직 우리 소득 이동성을 직접 비교할 만한 국외 통계는 없는 상황이다. 다만, 캐나다가 과세자료에 기반에 소득 10분위 이동성을 조사한 소득 이동성은 20∼30% 수준이다. 캐나다에 견줘 한국이 좀 더 계층 이동성이 높은 셈이다.



최바울 통계개발원 경제사회통계연구실장은 “연령, 성별에 따른 분위 이동 특성을 살펴보며 정책 수요의 우선순위를 정교화할 수 있다”며 “같은 1분위라도 저소득층을 걸쳐서 이동하는 이들과, 수년째 1분위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에게 다른 방식으로 정책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실시간 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