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정경선 현대해상 전무·신중하 교보생명 상무
디지털 혁신 통한 새 먹거리 발굴 '선봉장'
보험사 오너 3세인 (왼쪽부터)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신중하 교보생명 상무, 정경선 전무 등이 일선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각 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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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 김태환 기자] 한화생명, 교보생명, 현대해상 등 오너 보험사들의 '3세 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 장남인 정경선 전무를 비롯, 최근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의 장남 신중하 상무도 경영 전면에 모습을 나타냈다. 이들은 보험사들의 '디지털 전환'을 앞당기고 포화상태인 국내 보험 시장에서의 사업 변화와 쇄신을 추진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신중하 교보생명 그룹경영전략담당 겸 그룹데이터TF장을 경영임원(상무)으로 승진시켰다.
신중하 상무는 1981년생으로 지난 2015년 교보생명 관계사인 KCA손해사정에 대리로 입사해 보험 가입부터 지급까지 보험 전 과정과 관련한 경험을 쌓았다. 이어 다시 유학길에 올라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수학한 뒤 2021년 교보정보통신(현 교보DTS)에 입사해 디지털혁신(DX)신사업팀장으로 일했고, 이듬해 5월 교보생명에 차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그룹디지털전환(DT)지원담당, 그룹데이터전략팀장을 맡으면서 그룹의 데이터 체계 구축과 DT 추진 현황을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수립함으로써 그룹 내 DT 가속화를 지원했다.
교보생명은 신 상무가 디지털 전략 부문에서 중책을 맡아 왔으며, 이번 승진으로 인공지능(AI) 활용과 VOC데이터담당 겸 그룹경영전략 담당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신 상무는 교보생명 '고객의 소리(VOC)'에 포함된 고객의 민원을 해소할 뿐만 아니라 축적된 고객의 민원을 데이터화, 고객의 수요를 적극 발굴해 상품·서비스를 개발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보험업계 3세 경영의 첫 시작은 지난해 말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 장남인 정경선 전무가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로 선임되면서부터다. 정경선 전무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2012년 비영리단체인 루트임팩트, 2014년 임팩트 투자사 HGI를 각각 설립해 '사회적 기업' 생태계 조성에 힘썼다. 임팩트 투자는 투자 과정에서 사회적 문제 해결에 얼마나 이바지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방식의 투자다.
정 전무는 지속가능 경영과 동시에 디지털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속가능 경영 확산을 위해 현대해상은 지난해 정 전무 입사와 함께 조직개편을 단행, 지속 가능한 성장과 미래경쟁력 강화를 위해 부문급 임원 기구인 CSO를 업계 최초로 신설했다.
디지털 전환의 일환으로 현대해상은 올해 2월 SK텔레콤과 인공지능(AI) 기반 보험서비스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현대해상은 주요 보험 서비스를 SK텔레콤의 에이닷 애플리케이션(앱) 내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와 더불어 현대해상은 자동차 사고 발생 시 상담사 대기없이 ARS를 통해 현장출동 요청을 접수 할 수 있는 '자동차 사고 현장출동 무인접수'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 세비스는 자동으로 가입고객 계약 정보와 사고위치 정보를 현장출동자에게 제공하며, 출동자는 접수 정보를 전달받는 즉시 신속하게 사고 처리를 지원하게 된다.
현대해상은 올해 초 업계 최초로 개인형 ARS 시스템 'HI 보상비서'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사고 발생시 보험 담당자와 통화가 어렵더라도 고객이 셀프로 보험 관련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보험업계 3세 경영인 중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사장은 가장 전면에 나선 인물로 평가 받는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2월 김 최고디지털책임자(CDO) 부사장의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사장 승진을 발표하며 3세 경영 승계를 가속화하고 있다.
김 사장 역시 한화생명에서 주로 디지털 분야에 근무해왔다. 김동원 사장은 2014년 한화생명에 디지털팀장으로 입사한 후 전사혁신실 부실장, 디지털혁신실 상무, 해외총괄 겸 미래혁신총괄,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SO) 겸 전략부문장, 최고디지털책임자(CDO) 등을 거쳐 9년 만에 사장에 올랐다.
김동원 사장은 지난 2020년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 시절부터 한화생명의 조직개편을 단행해, 사업 부문의 60%를 디지털 및 신사업 영역으로 개편했다. 기존 13개 사업본부 50개팀에서 15개 사업본부 65개팀으로 분류하고 전체 임원 56명 중 디지털 및 신사업 담당 임원을 22명 임명했다.
지난 2019년에는 김동원 주도로 국내 최초의 디지털 손해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의 설립을 주도했다. 캐롯손보는 2019년 한화손해보험의 자회로 공식 출범해 운행한 거리만큼 보험료를 내는 '퍼마일 자동차보험'으로 주목받았다. 해당 상품은 '합리적인 보험료'라는 수식어를 달고 론칭 3년만에 누적 가입 건수 100만건을 돌파하는 등 가파르게 성장했다.
김 사장은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진출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 5월 인도네시아 리포그룹이 보유한 노부은행의 지분 총 40.0%를 매입하며 인니 보험업과 더불어 은행업에도 진출했다. 이번 지분 매입은 올해 1월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김동원 사장이 존 리아디 리포그룹 대표와 만나 나눈 대화가 초석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사람은 당시 지분투자건을 비롯해 두 회사 간 협력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보험업계에서는 3세 경영자들의 경영 승계가 본격화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직 지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9월 말 기준 교보생명은 신창재 의장이 최대주주로 33.78%를 보유하고 있으며 신 의장의 누나인 신경애씨와 신영애씨가 각각 1.41%, 1.17%를 소유했지만 신중하 상무는 주식을 1주도 갖고 있지 않은 상태다.
한화생명은 대주주 한화가 43.24%를 보유했지만 김동원 사장의 지분율은 0.03%에 그쳤으며, 현대해상은 정몽윤 회장이 전체의 22.00%를 보유했고, 정경선 전무는 0.45%를 보유 중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3세들이 경영승계를 안정적으로 하려면 성과를 내야 한다"면서 "국내 보험시장이 포화상타인 가운데 디지털 전환과 더불어 새로운 먹거리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경영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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