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2 때 동거…뚜렷한 직업 없이 경마에 빠져 생활고[사건속 오늘]
정신분열 증세로 치료받다 정신지체 3급 판정…징역 15년형 선고
(SBS 뉴스 갈무리) |
"기독교인이라서 자살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지금쯤 천국에서 편히 쉬고 있을 거다"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2003년 12월 19일 오후 4시, 남성 이 모(24) 씨가 생활고를 비관해 오다 6세 아들과 5세 딸을 한강에 던져 살해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승합차를 몰고 한강 동작대교에 도착한 이 씨는 운전석에서 내린 뒤 아이들을 번쩍 안아 차 밖으로 꺼내 다리 아래로 내던진 후 그대로 차를 타고 도주했다.
"애가 소변보는 줄 알았는데" 목격자 충격…범행 2시간 뒤 자택서 이 씨 검거
범행은 동작대교를 건너던 목격자들에 의해 곧바로 들통났다. 믿기지 않는 장면을 목격한 A 씨는 "애가 소변이라도 보나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룸미러를 보니 애를 던졌다. 차에서 작은 애를 꺼내서 그냥 던졌다 한강으로"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목격자가 적어준 차량번호를 토대로 빠르게 용의자를 추적했고, 소유주를 확인한 뒤 곧장 이 씨의 거주지로 향해 잠복해 있다 오후 6시 15분쯤 긴급 체포했다.
체포된 이 씨는 지갑에서 무언가를 꺼내 대뜸 경찰에게 보여줬다. 장애인증이었다. 그는 자신이 장애인인 것을 강조하며 마치 아무것도 모른다는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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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조사에서 "아이 둘을 데리고 놀이공원으로 가고 있었고 한강을 건너려고 한 뒤부터는 기억이 안 난다"며 "나는 정신지체자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진술했다.
하루 뒤 꽁꽁 언 시신으로 발견된 두 아이…범행 동기 '생활고'
남매는 하루 뒤 시신으로 발견됐다. 발견 당시 꽁꽁 얼어 있는 상태였다. 강바닥에 두 팔을 굽혀 앞으로 내민 자세였으며 특별한 외상은 없었다.
범행 동기는 생활고였다. 이 씨는 고등학교 2학년이던 1997년 아내와 만나 동거를 시작했고 이듬해 아들을 출산했다. 이후 정식으로 결혼해 딸 하나를 낳고 가정을 꾸렸다.
그러나 이 씨는 가장 노릇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뚜렷한 직업 없이 아버지에게 월 50만 원씩 용돈을 타며 생활했다.
1998년부터는 경마장을 드나들며 돈을 탕진했다. 자신의 명의로 5개를 발급받아 돌려막다 카드 빚 3500만 원을 지고 신용불량자가 됐다.
이후 아버지 명의의 43평짜리 아파트로 이사했으나, 아내의 카드를 훔쳐 경마 도박을 이어갔다.
"카드 빚 시달리는 형편에 아이 있어 뭐하나"…2주 전부터 범행 계획
아내와 불화가 심해지자 2주 동안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 사건 며칠 전에는 한강 수심을 확인했다. PC에는 '한강에 투신했을 때 살아남을 확률' 등을 검색했다.
이 씨는 평소 정상인처럼 생활하다가도 흥분하면 화를 참지 못하는 정신 분열 증세로 정신과 진료를 받아왔으며 정신지체 3급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씨는 "카드 빚에 시달리는 형편에 애들은 있어서 뭐 하겠느냐는 생각이 들어 2~3주 전부터 계획했다. 한강 깊이 등을 살펴보려 현장 답사도 다녀왔다"라고 진술했다.
범행을 결심한 당일인 2003년 12월 19일에는 아내에게 "당신이 산 크리스마스 선물이 비싼 거 같다. 다른 거로 바꿔오겠다"며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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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으로 향한 이 씨는 자녀들을 데리고 나와 동작대교로 가던 중 차를 갓길에 세우고 수면제와 신경안정제를 먹였다. 약기운에 취한 아이들이 잠든 틈을 타 딸부터 다리 아래로 떨어뜨렸다.
당초 이 씨는 당초 범행 장소로 한강대교로 택했으나 오가는 사람이 많아 동작대교로 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는 범행 후 현장을 떠나며 어머니에게 전화해 "엄마, 나 아이들 한강에 버렸다. 이제 아내도 죽이러 간다"라며 추가 범행을 예고했다.
사건 나흘 뒤 진행된 현장검증에서 이 씨는 당시 상황을 태연하게 재연했다. 범행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할 생각이었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종교인이라 나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지금쯤 천국에서 편히 쉬고 있을 것이다", "죄는 씻을 수 있다"라고 말해 공분을 샀다.
검찰 무기징역 구형, 1·2심서 '징역 15년' 선고…"변별 능력 없었던 점 참작"
검찰은 두 자녀를 한강에 던져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이 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2004년 5월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는 이 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도박에 빠져 거액의 빚을 진 뒤 아이들이 없으면 부인과 이혼하기 쉬울 것으로 생각해 치밀한 계획 속에 범행을 저질렀다"며 "범행 전 범행 장소를 답사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점으로 볼 때 유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씨가 법정에서 범행 당시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는 등 범행을 부인했지만 검찰 조사에서 범행 전모가 드러난 만큼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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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이 씨를 무기징역에 처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정신지체 3급 판정을 받은 데다 범행 당시 정신 불안 증세 때문에 변별 능력이 없었던 점을 참작했다"며 선고 이유를 밝혔다.
3개월 뒤 열린 항소심 재판부도 이 씨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자식인 피해자들을 강물에 던져 살해한 범행은 죄질이 매우 중해 무기징역형을 선고해야 하지만,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라고 적시했다.
이어 "범행 동기, 방법, 정황을 보면 피고인의 행위가 사물의 변별력이나 의사결정 능력을 상실한 상태에까지 이르지는 않았다고 보인다"며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r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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