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살 러 중장, 전쟁 이래 희생된 최고위 군 지휘관
공작 능력 러시아보다 우수…기상천외한 방법 동원
젤렌스키 대통령 암살 시도 10번 차단…반탐 능력도 탁월
[모스크바=AP/뉴시스] 17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아파트 건물 인근 폭발 현장에 러시아 화생방 방어군 사령관인 이고르 키릴로프 중장과 보좌관 일리야 폴리카르포프의 시신이 놓여 있다. 2024.12.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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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이 이고르 키릴로프 러시아군 중장을 암살함으로써 러시아의 군 및 정치 지도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NYT는 그러나 러시아 고위 인사 암살이 우크라이나가 불리한 전황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암살 사건은 우크라이나가 장기간 공작 능력과 기술에 투자한 것이 성공적임을 보여준다.
미 중앙정보국(CIA) 지부장을 여러 번 역임한 더글라스 런던은 “러시아 엘리트들에게 안전하지 않다는 충격을 가한 심리적 효과가 크다. 그러나 전쟁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암살 작전 등 비밀공작 능력은 우크라이나의 주요 무기 가운데 하나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전에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암살 공작을 주고받았다. 정치 지도자와 군 지도자들, 정보기관 지휘관들이 차량 폭탄이나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암살당했다.
우크라이나 공작원이 견착식 로켓발사기를 원격으로 조종해 러시아 지원 반군 지휘관을 사무실에서 암살한 사례도 있다.
키릴로프 중장을 암살한 방법도 탁월한 기량이 드러난 사례다. 키릴로프 중장이 이른 아침 자택에서 나오는 것에 맞춰 스쿠터에 장착한 폭탄을 원격으로 터트린 방식이다. 자택 맞은편에 주차한 자동차의 카메라를 통해 키릴로프가 나오는 것을 확인한 뒤 폭탄을 터트렸다.
키릴로프 중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최고위급 러시아군 지휘관이다.
암살 작전을 수행한 기관은 우크라이나 국내 정보기관인 SBU다. SBU는 앞의 원격 로켓 발사 등 각종 사보타주 및 암살 작전을 수행해왔다.
우크라 정보국, CIA로부터 공작 능력 배워
발렌틴 날리바이첸코 의원은 2014년 SBU 설립 당시 국장이었다. SBU에서 친러 인사들을 축출하고 1991년 우크라이나 독립 이후 태어난 젊은 사람들로 교체했다.
또 발레리 콘드라티욱 보좌관과 함께 제5총국이라는 민병대 조직을 만들고 적진 후방에서 공작하는 방법을 CIA로부터 배우게 했다. 제5총국이 각종 암살 공작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날리바이첸코 의원은 “많은 자원과 시간을 투입했다. 성과가 나는 것을 보니 기쁘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키릴로프 중장의 암살을 보복할 것임을 밝힌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안보위원회 부위원장은 “우크라이나 군 및 정치 지도자들을 상대로 보복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날리바이첸코 의원은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내 공작 능력이 예전만 못하다고 지적했다.
2022년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극우 논객의 딸 다리아 두기나를 암살하는 등 SBU와 우크라이나 군정보국(HUR)은 러시아 및 러시아 점령지에서 각종 암살 공작을 벌였다. SBU는 지난달에도 러시아 해군 고위 장교 발레리 트란코프스키를 암살했다. 우크라이나에 미사일 발사를 명령해 시민들을 살해한 것이 암살 이유였다. 두 사람은 차량 폭탄으로 살해됐다.
러는 우크라보다 암살 공작 능력 약해
두 사건에 대해서도 러시아가 보복을 공언했으나 러시아 정보기관은 아직 비슷한 수준의 암살 공작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전쟁 초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암살하려 했으나 CIA의 도움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의해 좌절된 일도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초 이탈리아 TV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보안국이 자신에 대한 암살 시도가 10차례 있었다고 보고한 것으로 밝혔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의 반탐 능력이 매우 우수한 것으로 평가한다.
한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비해 비밀공작을 덜 편다. 지금도 자주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는 CIA 고위 당국자 출신 랠프 거프에 따르면 러시아는 장거리 미사일로 어디든 공격할 능력이 있기 때문에 주로 타격 표적 정보를 수집하는데 집중한다. 반대로 우크라이나가 암살 공작에 주력하는 것은 그래야만 하는 형편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거프는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암살 공작으로 러시아 엘리트들이 협상에 나서도록 푸틴을 압박하게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오히려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를 화나게 만들어 협상에 나서지 않게 만든다는 것이다.
미국은 막대한 원조를 지렛대 삼아 암살공작을 자제하도록 우크라이나를 설득해왔다. 이와 관련 런던 전 CIA 지부장은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줄이면 전쟁을 이어가야하는 우크라이나가 암살공작에 더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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