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복현 박사·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원
박복현 박사·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원 |
최근 비상계엄이 초래한 사회적 논란과 혼란은 군이 정치권력으로부터 중립을 지켜야 할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중요한 교훈으로 자리잡고 있다. 군은 국가 안보와 국민의 생명, 재산을 보호하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하며, 정치적 이해관계나 특정 세력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원칙을 고수하지 않는다면, 군은 국민의 신뢰를 잃고 사회적 갈등의 중심에 설 위험이 크다.
역사적으로 군이 정치적 중립을 잃었을 때, 그 결과는 대체로 비극적이었다. 특정 세력의 이익을 위해 군이 동원되면,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고 국민을 분열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 군사정변은 이에 대한 대표적 사례이다. 1961년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군은 이후 정치권력의 중심에 서게 되었고, 이는 민주주의 발전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12·12 사태와 이어진 5·18 민주화 운동 진압은 군이 정치적 중립을 잃었을 때 초래되는 비극을 잘 보여준다. 특히 1980년 광주에서 발생한 5·18 민주화 운동 당시, 군은 국민을 보호하는 역할을 저버리고 정치적 목적을 위해 무력을 사용하여 수많은 민간인 희생자를 낳았다. 이러한 사건들은 군이 정치에 개입할 때 국민의 신뢰를 잃고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군이 정치권력으로부터 중립을 지켜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서다. 민주주의는 국민의 의사와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체제이다. 군이 정치에 개입하면 국민의 의사가 왜곡되고,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가 침해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결국 군 자체의 신뢰와 명예를 실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군은 정치적 논란에서 벗어나 오직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안전이라는 본질적인 임무에 집중해야 한다.
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킴으로써 사회적 안정과 통합을 촉진할 수 있다. 군이 정치적 논란의 한복판에 서게 되면, 이는 국민 간의 불필요한 갈등과 분열을 유발한다. 반면, 군이 철저히 중립을 지키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때, 국민은 군을 신뢰하고 존경하게 된다. 이러한 신뢰는 국가 전체의 안정을 강화하고, 외부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현재의 비상계엄 사태는 군 내부의 시스템과 윤리 기준을 재점검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군이 정치적 중립을 확고히 지키기 위해서는 명확한 지침과 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군의 모든 구성원이 정치적 중립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훈련과 감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군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군이 정치적 압력에 휘둘리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장교 양성과정에서 헌법교육과 정치, 철학, 인문학, 그리고 민주시민교육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사관학교를 비롯한 학군 및 학사 양성 교육체계를 근본적으로 혁신하여 군이 단순히 정권에 충성하는 집단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에 충성하는 조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교육은 군 내부에서 민주주의 가치를 깊이 이해하고, 이를 실천하려는 문화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군은 정치적 중립을 확고히 지키며, 민주주의와 국민의 신뢰를 동시에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정치권 역시 군을 정권 유지의 도구로 이용하려는 행태를 근본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군 인사권을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이 아닌 각군 총장이 행사하도록 하여 각군의 인사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군의 정치적 중립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군 정치중립법안'을 하루속히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법적 장치는 군이 정권이 아닌 국가와 국민에 충성할 수 있도록 돕고, 불행한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군 조직 내 민주적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변화도 필요하다. 지휘관의 결정을 투명하게 평가하고, 외부의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군사 의사결정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노력은 군의 명예를 회복하고, 국민의 지지를 받는 군대로 거듭나는 데 필수적이다.
결론적으로 군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것이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의무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는 국민의 신뢰를 얻고, 민주주의를 보호하며, 국가의 안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군은 과거의 교훈을 되새기고, 정치적 중립을 확고히 지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군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때, 비로소 국민은 안심하고 군을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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