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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한덕수, 양곡법 등 6개 쟁점법안 거부권 행사…"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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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기자(hilltop@pressian.com)]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9일 "국가적으로 매우 엄중한 상황에서 과연 어떠한 선택이 책임있는 정부의 자세인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고민과 숙고를 거듭했다"며 양곡관리법과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 등 6개 쟁점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안(거부권) 행사에 돌입했다.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한 한 대행은 "오로지 헌법 정신과 국가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결심을 하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이날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양곡관리법, 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법, 농어업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 등 '농업 4법'과 국회법, 국회증언감정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상정해 심의 의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무정지된 이후 한 대행이 첫 거부권을 행사하기 위한 절차다.

'권한대행의 권한'을 둘러싼 여야의 갈등 속에 한 대행에게 헌법재판관 임명권 행사를 요구하는 야당이 정책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는 반발 수위를 낮춘 기류 변화를 감안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한 대행은 "국회의 입법권과 입법 취지는 최대한 존중돼야 하지만 정부가 불가피하게 재의요구를 요청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국회와 국민들께 소상히 설명드리고 이해를 구하고자 한다"며 거부권을 행사한 사유를 매우 구체적으로 밝혔다.

다만 정부가 앞서 '농업 4법'을 '농망 4법'이라고 반박했던 강경한 태도에서 물러나 법안 시행시 예상되는 문제점을 조목조목 설명하는 방식을 취했다.

한 대행은 "농업농촌의 발전과 농업인들의 소득을 보장하고자 하는 국회의 입법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한다"면서도 "그러나 이 법들이 시행되면 시장기능을 왜곡하여 쌀 등 특정 품목의 공급과잉이 우려되며 막대한 재정부담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이 한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던 양곡관리법은 쌀값이 평년보다 급락한 경우 정부가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쌀 공급 과잉을 부추길 우려가 있고, 2030년까지 매년 1조 원 가량 재정 소요가 발생하는 점이 부담이다.

한 대행은 "정부에서 이의를 제기한 남는 쌀 의무 매입에 대한 우려 사항이 보완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양곡의 시장가격이 일정 가격 미만인 경우 정부가 그 차액을 지급토록 하는 양곡가격안정제 도입 규정이 추가돼 의결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고질적인 쌀 공급과잉 구조를 고착화해 쌀값 하락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쌀 생산 확대로 시장 기능 작동이 곤란해져 정부의 과도한 개입과 막대한 재정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했다.

또 "정부의 한정된 재정 상황을 고려했을 때 쌀 의무매입 제도와 양곡가격안정제 시행에 막대한 재정이 투입된다면 스마트팜 확대, 청년 농업인 육성 등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농업농촌 투자를 매우 어렵게 할 것"이라고 했다.

쌀 외의 다른 농작물 가격이 기준가격 밑으로 떨어지면 차액을 보상하는 내용이 담긴 농수산물가격안정법에 대해서도 한 대행은 "시행될 경우 농산물 생산이 가격안정제 대상 품목으로 집중돼 농산물 수급 및 가격이 매우 불안정해지고, 과도한 재정부담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미래 농업농촌을 위한 재원배분이 어려워진다"고 했다.

농어업 분야에서 재해 발생 시 재해 이전에 생산에 투입된 비용까지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농어업재해대책법과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한 대행은 "국가가 재해복구비 외에 생산비까지 보상하는 것은 재난안전법상 재해 지원의 기본 원칙에 반하며 다른 분야와의 형평성 문제 및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고 했다.

한 총리는 이어 예산안과 부수 법안이 마감 시한까지 심사를 마치지 못한 경우 자동으로 본회의에 부의되도록 하는 자동부의 제도를 없애는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원활한 예산집행을 위해 국회가 준수해야 할 최소한의 기준을 정한 헌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국회가 국정감사나 국정조사가 아닌 안건 심사와 청문회에도 증인·참고인 출석을 강제할 수 있고, 서류제출 요구도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에는 "중요한 안건심사와 청문회에까지 동행명령 제도를 확대하는 것은 헌법상 비례의 원칙과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하여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했다.

아울러 "어떠한 이유로도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 등에 거부할 수 없도록 해 헌법상 권력 분립 원칙에 반하여 개인정보결정권 등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크다"며 "기업 현장에서도 핵심 기술과 영업비밀 유출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6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소상하게 설명한 한 대행은 "어느 때보다 정부와 여야 간 협치가 절실한 상황에서 국회에 6개 법안에 대한 재의를 요구하게 되어 마음이 매우 무겁다"며 자세를 낮추기도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헌법 정신과 국가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하는 책임있는 결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한 대행은 "여야와 정부를 떠나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고 국민을 위하는 마음은 하나일 것이지만, 그리로 가는 길에 대해서는 각자가 처한 위치나 상황에 따라 생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이러한 차이를 극복하고 모두를 위한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가 함께 노력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했다.

한 대행의 당부에도 대통령 권력이 진공상태에 빠진 탄핵 정국 속 여야의 힘겨루기에 끼인 그의 역할을 둘러싼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6개 법안에 대한 한 대행의 거부권 행사를 비판하면서도 한 대행을 향해 곧바로 탄핵안을 발의하지는 않을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한 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거나 '내란 특검', '김건희 특검'에도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민주당은 '권한대행 탄핵'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내란 수괴가 아닌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면서 "민심을 무시하고 권한을 남용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응분의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했다.

내란 사태 피의자 신분인 한 대행으로서도 윤 대통령 탄핵 사태와 연관있는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명분이 빈약하고 야당의 거센 반발로 국정 수습에도 악영향이 예상되는 만큼, 양대 특검법에 대해선 수용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두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시한은 새해 첫날인 다음달 1일까지다.

프레시안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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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기자(hilltop@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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