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박근혜 탄핵 정국 추진한 '개헌 카드' 다시 발동
野 "탄핵 이후 논의…지금 개헌 이야기는 시간끌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가진 첫 회동에서 기념촬영을 마친뒤 자리에 앉고 있다. 2024.12.18/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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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 수습책으로 '개헌' 카드를 꺼내 들었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노출된 만큼 권력 구조 개혁의 필요성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달갑지 않은 분위기다.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조기 대선 플랜이 가동되는 가운데 개헌 논의가 윤 대통령 탄핵 동력과 국민 심판 여론을 분산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19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개헌 필요성을 언급했다.
지난 13일 권 권한대행이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지금이 헌법 개정의 적기"라고 제안한 이후 또 한 번 개헌 이슈를 부각한 것이다.
국민의힘이 또 한 번 개헌 논의에 불씨를 살리려는 배경에는 윤석열 정부와 한 배를 탄 집권 여당으로서의 부담감이 깔려 있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는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이 절대적이지만 제왕적 대통령제도 원인중 하나로 제기하고 싶은 것으로 보인다.
1987년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 도입 이후 역대 정권마다 개헌 논의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4년 중임제, 이원집정부제와 같은 방식이 거론된다.
현행법상 대통령은 제왕적 수준의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는다. 그러나 여소야대 국회 구도에서는 대통령의 통치 행위가 사실상 불가능 상태에 놓이는 데다 여야의 극한 대립이 반복됐다.
1987년 이후 선출한 5년 단임 대통령 대부분 퇴임 후 수사 대상이 됐으며 박근혜·윤석열 대통령 사례와 같이 '징검다리 대통령 탄핵' 사태를 겪는 불운도 이어졌다.
권성동 권한대행은 전날 이 대표를 만나 "1987년 헌법 체제 이후에 일곱번째 대통령을 맞이하는데 제대로 잘 했다는 평가를 받는 대통령의 거의 없다"며 "대통령제를 상생 협력 할 수 있는 제도로 변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차기 대권 플랜에 돌입한 민주당은 여당의 개헌 논의를 두고 '물타기'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 탄핵으로 향하는 전국민적 관심과 야권의 공세를 희석하려는 의도라는 설명이다.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탄핵에 협조하기 싫으니 보이콧하는 차원에서 개헌을 꺼낸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개헌의 필요성도 모두 공감하기 때문에 탄핵하고 나면 별도로 논의를 할 수 있다. 국회의 할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KBS 라디오에서 "개헌이란 대통령이 임기 초 본인의 권력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정성있게 다가갔을 때 하는 것"이라며 "탄핵당하고 몰리는 쪽에서 개헌하자 (주장하는) 이런 것은 안 된다. 지금 개헌 이야기는 시간 끌기"라고 말했다.
개헌 절차는 대통령 또는 국회의 과반수가 발의하면 시작할 수 있다. 국회의 찬성 의결을 거친 뒤 국민투표를 통해 유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으면 공포된다.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만큼 국회는 개헌의 실질적 주체가 된 상황이다. 그러나 과거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도 당시 국회가 개헌 논의를 개시했다 빈손으로 끝낸 전례가 있는 만큼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결론을 짓기 이전에 개헌 논의가 물살을 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차기 대권 주자들에게도 개헌 논의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1987년 개정 헌법에 대한 반성은 여야 공히 공유하고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개헌이 차기 정권의 임기 초 정국을 뒤흔들 대형 이슈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유력 대선 주자인 이 대표가 발 벗고 나설 이유는 없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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