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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불모지’ 뉴욕을 현대미술 중심으로 만든 최고의 안목[책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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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피카소의 전쟁
휴 에이킨 지음 | 주은정 옮김
아트북스 | 588쪽 | 3만3000원

현대미술의 중심은 뉴욕이며, 현대미술가 중 가장 유명한 작가가 피카소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맨해튼 중심부에 뉴욕 현대미술관(MoMA)이 있고, MoMA의 중심에 피카소의 작품이 있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보인다. 입체주의 최초의 작품으로 평가받는 피카소의 ‘아비뇽의 여인들’은 대표적 소장품으로, MoMA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데 한몫을 했다.

‘뉴욕=현대미술’ 공식이 처음부터 성립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현대미술의 불모지’에 가까웠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을 중심으로, 유럽 거장의 명화들만이 진짜 예술이라고 여겼다. 시카고미술관에 전시된 마티스의 작품을 본 미술과 학생들이 작품 복제본을 불태우며 “예술적 살인”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경향신문

1939년 뉴욕 현대미술관에 걸린 피카소의 1907년 작품 ‘아비뇽의 여인들’. 아트북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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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 현대미술 중심지로 우뚝 서기까지 존 퀸과 앨프리드 H 바 주니어라는 두 인물의 선구안과 헌신적 노력이 있었다. 두 인물을 중심으로 한 흥미로운 이야기와 함께, 20세기 초중반의 격동기의 문화사적 변화의 조감도가 그려진다.

존 퀸은 뉴욕 월스트리트의 변호사로, 모두가 외면하던 현대미술을 미국에 처음으로 알렸다. 1913년 현대미술을 미국에 소개한 기념비적 전시회로 알려진 ‘아모리 쇼’를 여는 데 기여했으며, 유럽 현대 예술가들의 작품을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현대미술 전시관 설립을 바랐다. 하지만 시대를 너무 앞서나갔다.

퀸의 뒤를 앨프리드 바가 이어받는다. 퀸의 사후 열린 ‘존 퀸 컬렉션 대표작 기념전’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는다. MoMA의 초대 관장이 된 바는 피카소의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 전쟁과도 같은 싸움을 치른다. 피카소의 대작 ‘게르니카’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 ‘게르니카’를 세계적 명작으로 각인시킨 전시 ‘피카소: 화업 40년’이 열리기까지의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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