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0 (금)

[앵커칼럼 오늘] 스승 도사 법사 그리고 여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나는 조예가 깊은 점성술사입니다. (대통령) 일정 잡는 방법을 알지요.”

퀴글리는 20년 가까이 레이건 부부의 귀를 붙잡았습니다. 레이건이 저격 당하고 열흘 뒤, 부인 낸시가 백악관 부실장에게 남편의 석 달치 스케줄을 달라며 말했습니다.

"퀴글리에게 물어 봤으면 저격을 피했을 텐데…"

며칠 뒤 낸시가 날짜를 찍어 군중 행사를 하지 말라고 해, 따랐다고 합니다. 퀴글리는 핵 군축회담에도 관여했습니다.

"고르바초프의 점괘를 읽어 대통령 전용기의 제네바 이륙 시각을 골랐습니다."

러시아 마지막 황제를 쥐고 흔든 망국의 라스푸틴, 수도사를 자처한 사이비 심령술사였지요. '미친 수도승' '괴승' '요승'으로 불렸습니다.

검찰에 체포된 전 모 씨는 자칭 법사(法師)입니다. '불도(佛道)에 통달하고 청정한 수행으로 교화하는 고승' 행세를 했습니다.

속세에 사는 '재가(在家) 법사'도 있지만, 요즘엔 무속인도 법사라고 하는 세상입니다.

전 씨는 자신의 혐의에 대해 '공천 경선 승리를 기도해 준 값' 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는 윤석열 대선 캠프 조직과 김건희 여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을 지냈습니다. 대선 도전을 조언했고, 국사(國師)가 될 거라고 했답니다.

'나라의 스승' 지눌, 의천과 동급이라는 겁니다.

"(내) 별명이 뭐였냐 하면 지리산 도사였어요."

명태균 씨는 김 여사와 '영적 대화'를 나눴답니다. '청와대 가면 죽는다'고 말렸다지요.

지리산 도사는 건진 법사, 그리고 역술인 천공과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누가 건진 법사 덕분에 공천 받았다더라. 나를 죽이려고…"

"천공 같은 사람은 우리가 볼 때 어린애다." '세상의 스승'을 자처한 천공은 손바닥에 왕(王)자를 쓰라고 한 장본인으로 지목됐지요.

어제 "윤 대통령이 실패한 게 아니다"고 역성을 들었습니다.

김 여사도 빠지지 않습니다. "웬만한 무당은 내 사주 못 본다. 내가 무당 사주를 봐 준다." 그 기자의 손금을 봐주며 민망한 얘기를 주고받은 영상도 공개됐습니다.

무속과 점술이 권력 주변뿐 아니라 심장부까지 활개친 나라, 무너지기 직전에 멈춘 것이야말로 하늘의 뜻입니다.

12월 19일 앵커칼럼 오늘 '스승 도사 법사 그리고 여사' 였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뉴스제보 : 이메일(tvchosun@chosun.com), 카카오톡(tv조선제보), 전화(1661-0190)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