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 "사업자 선정 서둘러 달라" 요청했지만…두 달 만에야 실사 착수
계엄發 탄핵정국 국정공백도 '복병'…업계 "내년 초 선정도 어려울 듯"
한화오션의 방산 기술을 집약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등 최첨단 수상함 함정모형들(한화오션 제공) ⓒ News1 최동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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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동현 박응진 기자 = 총 8조 원에 육박하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 또다시 출렁이고 있다. 업체 간 경쟁 과열로 예정보다 5개월째 사업이 늦어진 마당에,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방위사업청 간 책임 공방까지 불거졌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어성철 한화오션(042660) 특수선사업부장(사장)과 주원호 HD현대중공업(329180) 특수선사업 대표(부사장)는 지난 17일 석종건 방사청장 주재로 열린 방산업체 CEO 간담회에서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담당할 업체 선정 방식을 빨리 결정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석 청장은 현재 산업부가 방산업체 지정 절차를 진행 중인 점을 설명하면서 '산업부가 절차를 마치고 사업 방산업체를 지정하면 방사청도 빠르게 사업 방식을 결정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산업부와 방사청이 미묘한 엇박자를 타면서 방산업체 지정 절차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방사청은 지난 10월 산업부에 방산업체를 지정해 달라는 의견서를 보냈는데, 두 달째인 이달 19일부터 첫 현장실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업계에선 방사청과 산업부가 방산업체 지정에 대한 해석을 서로 달리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KDDX 사업은 총사업비 7조 8000억 원을 들여 6000톤급 차세대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방사청은 당초 KDDX 선도함(1번 함)뿐 아니라 6번 함까지 전체 사업 일정을 고려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을 모두 방산업체 지정 대상으로 검토해 달라는 의견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방사청이 검토 중인 옵션 중 하나인 '공동 개발·동시 건조'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산업부는 방사청의 의견 제시가 불분명했다는 입장이다. KDDX 건조 능력을 보유한 조선사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두 곳뿐인데, 양사를 모두 지정해달라는 취지였다면 애초에 방산업체 지정 절차가 무의미한 요식행위 아니냐는 것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산업부는 전날부터 한화오션에 대한 현장실사에 착수했다. HD현대중공업은 아직 현장실사가 시작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함정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는 기본설계 업체가 수의계약을 하기 때문에 (평시와) 비교하긴 어렵다"면서도 "방산업체 지정이 이렇게 늦어지는 건 흔한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공동 개발·동시 건조' 방식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뒷말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방사청 개청이래 '동시 건조'는 한 번도 시도한 적 없던 방식인 데다, 군함의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문제가 생겨도 책임소재를 가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비상계엄으로 인한 탄핵정국으로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이 모두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되면서 최종결정권자도 부재한 상황이다. 방사청은 늦어도 내년 초까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 방식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선 일정이 더 늦춰질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조선 협력'을 요청했지만 정작 한국은 국정 공백이 발생해 미국 측에서 '어디로 문의하면 되느냐'며 혼란해하는 상황"이라며 "KDDX 사업도 (국정 공백의) 여파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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