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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9만원 달력에 54만원 화장품이…요즘 이 캘린더에 오픈런 [비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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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트렌드

트렌드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과 가치를 반영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모호함을 밝히는 한줄기 단서가 되기도 하고요. 비크닉이 흘러가는 유행 속에서 의미 있는 트렌드를 건져 올립니다. 비즈니스적 관점은 물론, 나아가 삶의 운용에 있어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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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오리온 어드벤트 캘린더. 사진 노혜령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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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트리·케이크에 이어 최근 새로운 아이템이 등장했다. 바로 ‘어드벤트 캘린더(Advent Calendar)’다. 어드벤트 캘린더는 12월 1일부터 24일까지만 표시된 달력형 제품. 간식·화장품·액세서리·장난감 등이 매일 하나씩 들어있는 것이 특징으로, 하루하루 깜짝 선물을 풀어보며 크리스마스를 기다린다는 의미가 담겼다. 국내에선 다소 생소한 개념이었으나 2020년부터 SNS에 본격적으로 리뷰 영상이 올라오며 관심을 끌게 됐다. 초기엔 해외 직구로 들어온 글로벌 브랜드의 캘린더가 일반적이었다면, 2~3년 전부터는 국내 업체가 자체 제작한 제품을 선보이며 시즌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단순 한정판 화장품·간식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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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올 뷰티 어드벤트 캘린더. 사진 디올 뷰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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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특히 화장품 어드벤트 캘린더의 인기에 불을 지폈다. 지난 7일 서울 서교동 올리브영 지점에서는 어드벤트 캘린더 판매를 중단하는 일이 벌어졌다. 추운 날씨에도 이 제품 구매를 위해 ‘오픈런’을 한 고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다. 9만원에 한정 판매된 해당 제품 안엔 54만원 상당의 제품이 들어 있어 가성비를 따지는 이들에게 화제가 된 것. 또 디올·조말론·딥디크 등 글로벌 브랜드의 한정판 제품의 경우 20만~110만원에 달하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평소 판매하지 않는 제품이 포함되면서 해외 직구까지 감행하는 소비자가 생겨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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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어드벤트 캘린더. 사진 롯데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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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에서도 어드벤트 캘린더는 새로운 마케팅 수단이 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022년부터 뷰티 매장 우수 고객에게 1000개 한정으로 ‘롯데 뷰티 어드벤트 캘린더’를 증정하고 있다. 고객 사은품이지만 코스메틱팀·디자인팀·VIP마케팅팀 등 많은 유관부서가 협업 제작해 공을 들여, 구찌·조말론·딥디크 등 24개 명품 뷰티 브랜드 화장품 31개가 담겨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는 패키지 덕에 연말 장식 오브제로 활용이 높아 우수 고객들의 호평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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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어드벤트 캘린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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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만큼 초콜릿과 간식 등이 들어간 캘린더에 대한 소비자 호응도 높다. 오리온의 경우 출시 첫해인 2022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어드벤트 캘린더가 완판됐다. 현재는 추가로 생산해 판매처를 온라인에서 오프라인 마트로까지 확대한 상황이다.

스타벅스 역시 ‘청담동 초콜릿’으로 알려진 ‘삐아프(Piaf)’와 협업한 어드벤트 캘린더가 화제를 모았다. 지난달 25일 출시한 이후 온라인에서는 3일 만에 동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현재 거의 재고가 다 나갔다는 게 업체 측 설명. 스타벅스 관계자는 “어느 곳에서나 맛볼 수 있는 것이 아닌 셰프의 특별한 레시피가 들어간 상품들로 희소성을 가진다”며 “특히 예년처럼 화려한 연말 분위기가 나지 않는 요즘 어드벤트 캘린더를 사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려는 사람들에게 소구한 점이 인기 요인”이라고 했다.



‘가성비·가심비’ 다 잡은 커스터마이징 제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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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 어드벤트 캘린더. 사진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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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드벤트 캘린더 형태는 해마다 발전하는 추세다. 단순히 선물용 제품을 넘어 기쁨과 즐거움 등 감성을 자극하는 데 중점을 두는데, 꾸미는 재미를 더한 커스터마이징 제품이 대표적 예다. 다이소가 지난달 12일 출시한 ‘D.I.Y(Do It Yourself) 어드벤트 캘린더’의 경우, 개인의 개성에 따라 직접 칸마다 원하는 내용물을 담고 꾸밀 수 있는 형태로 구성하면서 10일 만에 거의 90%가 팔렸다. 특정 브랜드 제품으로 채워진 다른 어드벤트 캘린더와 달리 취향껏 간식·편지·피규어 등을 채울 수 있는데다, 가격도 균일가 정책에 따라 5000원이라는 점이 주효했다. 제품 특성상 수작업이 들어가 단가를 맞추기 어려웠으나, 마진을 줄이는 방식 등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살렸다는 게 다이소 측 설명이다.



없어서 못사는 인기템의 과거와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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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어드벤트 캘린더의 형태. 사진 Turris Davidica - Own work, CC BY-SA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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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연말 인기템’이 된 어드벤트 캘린더는 어디서 시작됐을까. 종교계에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다리는 ‘어드벤투스’(adventus 강림·라틴어로 ‘오다’) 기간 사용된 것을 시초로 본다. 어드벤투스는 성탄절 전 4주(12월 초~24일까지)에 해당하는데, 기독교에서 중요한 시기로 꼽힌다. 19세기 중반 독일 루터교 전통을 보면, 당시 사람들은 성탄절 전까지 남은 날짜를 세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표시를 했다. 초기에는 주로 종교적인 그림이 그려진 종잇조각을 하나씩 떼어내는 형태가 많았다. 1920년대 들어 작은 문을 열 수 있는 상자 형태의 캘린더가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에만 해도 상자 내부에 담긴 건, 그림이나 성경 구절이 전부였다. 신앙을 되새기고 성탄절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서다. 1950년대가 되어서야 작은 선물이나 초콜릿이 담겼다. 종교적인 의미를 넘어서 모든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기념품이나 선물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 이후 독일·영국·미국 등 기독교 전통을 가진 국가에서 매년 다양한 브랜드의 어드벤트 캘린더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틱톡 등 SNS 공유 문화와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이 어드벤트 캘린더 대중화에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어드벤트 캘린더를 개봉하는 ‘언박싱(unboxing)’ 영상이나 리뷰가 조회수 수백만회를 넘나들며 그 모습을 본 다른 소비자들이 호기심을 느끼고 구매하는 형태로 이어졌다"면서 “기다리고, 예상하고, 발견하는 즐거움을 주는 ‘서프라이즈 요소’가 소비 심리를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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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린 기자 kim.se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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