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태 충북대 교수팀…기온 상승·강수량 증가로 균 촉진
생장 적온 30도 '흰비단병' 35도 '균핵마름병' 한반도 출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한 마늘밭에서 해병대가 일손돕기를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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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가 농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열대 지역에서나 보던 식물병이 출현하는가 하면 기존 질병의 발병률도 높아졌다.
20일 한국농약과학회 등에 따르면 김흥태 충북대 교수팀은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기후 변화가 식물병 발생에 미치는 영향'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를 보면 지난 50년(1973~2023년) 동안 국내 평균 기온은 약 1.2도 상승했다. 여름철 강수량은 10년마다 11.6㎜씩 증가했다.
이런 고온다습한 환경은 병원균의 활동을 촉진했고, 그 결과 주요 병해의 발병률이 증가했다.
대표적으로 고추 탄저병의 7~8월 발병률이 40% 이상 증가했다. 평균 기온이 26도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기상청 국가기후데이터센터 등에 따르면 1973년 이후 전국 7월 평균 기온이 26도를 넘은 건 2018년(26.6도)과 2024년(26.2도), 2013년·2021년(26.0도) 등 대부분 21세기 들어서다.
8월 평균 기온이 26도를 넘긴 것도 1973년과 1984년, 1985년 등을 제외하면 2000년 이후에 집중됐다.
고온다습한 환경은 병원균의 생장을 촉진해 병 발생을 가속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병원균은 고온 환경에서 활동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흰비단병'과 '탄저병' 등의 발병률이 높아진 게 대표적이다.
흰비단병은 2002년 경남 하동에서 처음 보고된 이후 전국 고추 재배지로 확산했다.
흰비단병은 생장 적온이 30도 이상이다. 주로 미국 남부와 인도, 태국, 베트남 등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땅콩과 콩, 토마토, 감자 등에 피해를 입혔다.
한국에서도 발병이 불가능한 건 아니었으나 기후가 변하며 발견되기 시작했다.
생장 적온이 35도에 이르는 '균핵마름병' 등도 새로운 위협으로 떠올랐다.
김 교수팀은 "이런 병해는 고온 환경과 토양의 건조 조건에서 발생해 기존 병해와는 다른 방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병해충 발생 지역은 기후 변화로 인해 점차 북상하고 있다. 과수화상병은 주요 사과·배 재배지로 확산했다. 벼 흰잎마름병과 키다리병은 해마다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병해의 발생 시기도 앞당겨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과수화상병과 같은 병해는 국내 주요 사과·배 재배지로 확산 중이다. 벼 흰잎마름병과 키다리병 등은 기온 상승과 함께 매년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병해충 확산을 막기 위해 농촌진흥청은 AI 기반 병해충 진단 시스템과 병해 발생 예측 모델을 개발 중이다.
김 교수팀은 "기후 변화는 단순히 농업 생산성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농업 생태계 전체를 변화시키는 중대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병원균과 숙주의 상호작용 변화와 병해충 분포 변화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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