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억→27억…글쓰기·책 만들기 등 중단 또는 축소 불가피
전주시의 특색있는 도서관 |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책의 도시'를 내세운 전북 전주시가 내년도 도서관 운영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이 여파로 도서관마다 진행하던 특색있는 프로그램이 축소될 처지에 놓이면서 애써 조성한 '특화도서관'이 무색해질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전주시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2025년도 도서관운영과에 편성된 예산은 27억1천100만원으로 지난해 40억8천만원보다 33.5%(13억6천만원)가량이 줄었다.
항목별로 보면 글쓰기 특화도서관인 완산도서관에 배정됐던 운영비 1천200만원과 완산·송천도서관에 배정됐던 미디어 창작 공간 운영비 1천만원이 전액 삭감됐다.
또 영어 특화도서관인 서신도서관의 운영비는 1천300만원에서 650만원으로 절반이 줄었다.
4년 전 전국 최초로 12∼16세 '트윈세대'(어린이와 청소년 사이의 낀 세대)를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꽃심도서관의 트윈세대 공간 운영비도 2천760만원에서 1천100만원으로 대폭(60%) 감소했다.
이 때문에 지난 8월 리모델링을 마친 뒤 재개관한 완산도서관은 '글과 그림이 함께하는 인생극장'(인생극장), '당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 드립니다'(책 DIY), '반려동물 달력 만들기' 등 다양한 글쓰기 특화 프로그램을 축소해야 한다.
특히 60대 이상 시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대학생들이 글과 그림으로 표현해 한 권의 동화책으로 만드는 '인생극장'은 처음으로 본인 작품을 갖게 된 어르신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었는데도 중단될 처지에 놓였다.
완산도서관 관계자는 "인생극장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만든 남편을 보고 '이런 소질이 있었는지 몰랐다'며 깜짝 놀란 아내도 있었다"며 "(프로그램의) 인기가 많았는데, 내년에는 대부분 멈춰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완산도서관은 오르막길에 위치해 접근성이 다소 떨어지는 만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도서관 매력을 알리고 시민들을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한데, 예산이 삭감돼 고민이 많다"며 "'문화가 있는 날' 등의 공모 사업을 통해 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어특화도서관인 전주 서신도서관 |
지난 6월 재개관을 한 서신도서관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영어 특화도서관답게 원어민과 영자 신문읽기, 영어책 놀이, 영어책 읽어주는 활동, 하루 영어 한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강사비가 줄어들게 되면서 내년에는 프로그램을 크게 손봐야 한다.
서신도서관 관계자는 "영어 공부를 힘겨워하는 청소년과 부모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인기 프로그램은 2∼3분 만에 예약이 꽉 차기도 한다"며 "예산이 줄면 지난달 개최했던 'EBS 강사 초청' 같은 이벤트 강연은 다시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그램 이용 기회를 엿보던 시민들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완산도서관을 자주 이용한다는 한모 씨는 "책 DIY 프로그램을 최근에야 알게 돼 문의하니 내년에는 운영이 불투명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글씨체부터 그림 위치, 자간까지 내 취향에 꼭 맞는 책을 제작하면서 출판 전반에 대해 배워보고 싶었는데 속상하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리모델링을 해 멋진 외관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부가 채워지지 않는다면 특화도서관의 의미가 없을 것"이라며 "도서관이 내실을 갖췄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시민 최모(46)씨도 "트윈세대인 아들이 또래들과 소통하고 창의력과 사고력을 키워왔던 도서관 공간은 4년 전 대통령상을 받을 정도로 훌륭한 시설인데, 예산이 절반 이상 깎였다는 소식에 안타깝다"면서 "도서관은 단지 책을 읽고 빌리는 공간이 아니라 시민 삶의 중심 공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전주시 도서관본부 관계자는 "우선 12개 도서관의 전체 프로그램 운영비로 2천만원을 배정해뒀고, 추가경정예산 등을 통해 예산 확보에 힘쓸 계획"이라며 "내년에도 특화도서관의 프로그램들이 충실히 운영될 수 있도록 살피겠다"고 말했다.
warm@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