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미국 의회가 현지 시간 20일 오후 11시59분까지 예산안이 처리되지 못할 경우 미국 연방 정부는 사실상의 기능 정지를 의미하는 '셧다운'에 직면하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16일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UFC 309에서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함께 종합격투기 경기를 관람하고 잇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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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하원에 상정된 임시예산안은 찬성 174표, 반대 235표로 부결됐다. 430명(5명 결원) 정원의 하원은 현재 공화당이 219명으로, 211명의 민주당 의석수를 미세하게 앞선다. 의석수에서 팽팽하게 맞선 여야는 정부의 예산 소진이 임박해오자 내년 3월 14일까지 운영하는데 필요한 임시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정부 기능의 마비를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 때문이었다.
그런데 트럼프 당선인이 여야의 합의안에 대해 "정부의 부채 한도를 특정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비난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그는 합의안에 찬성하는 공화당 의원을 특정하며 "다음 선거에서 경선을 통해 퇴출하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미국 정치권에선 민주당과 임시예산안 협상을 진행한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의 지위가 위태로워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는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하원의장이 결단력 있고 강인하게 행동하고, 그가 민주당이 우리 경제와 나라를 파괴하기 위해 놓은 덫을 모두 없앤다면 의장직을 손쉽게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장직을 유지하고 싶으면 합의안을 파기하라는 압박에 가까운 발언이다.
결국 트럼프의 공개 압박에 직면한 공화당은 표결을 불과 3시간 남겨놓고 트럼프의 의견을 반영한 긴급 수정안을 마련했다. 수정안에는 ▶3개월 시한의 임시 예산 편성 ▶2년간 부채 한도 폐지 ▶1000억 달러 규모의 재난 지원 예산 ▶100억 달러 규모의 농민 지원 등이 포함됐다. 그런데 수정안에 대해 공화당 의원 38명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상황이 더 복잡해졌다는 분석이다.
수정안 처리에 실패한 공화당은 ‘플랜B’에 이어 ‘플랜C’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예산안에 대해서도 의회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미국의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새 예산안이 나오더라도 공화당 다수의 하원을 먼저 통과해야 하고, 이후에도 민주당이 다수를 장악하고 있는 상원과 백악관의 승인까지 받아야 한는 점에서 통과를 낙관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2014년, 2018년, 2019년에 세 차례의 셧다운을 경험했다. 최장 셧다운은 트럼프 1기 때인 2018년 기록한 35일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는 이날 자택이자 정권 인수팀이 꾸려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거액 후원자들을 대상으로 한 만찬 행사를 진행했다. 워싱턴포스트(WP)가 입수한 초대장에 따르면 만찬 행사의 입장료는 1인당 100만 달러(약 14억 3000만원)에 달한다. 참석 대상은 100만 달러를 기부하거나, 200만 달러를 모금한 지지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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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EU, 美석유·가스 구매 불응시 끝장 관세”
트럼프는 유럽연합(EU) 위협에도 나섰다. 그는 20일(현지시간) 새벽 자신이 운영하는 SNS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엄청난 (미국의 대 EU 무역 적자를 보상해주기 위해 (EU가) 우리(미국)의 석유와 가스를 대규모로 구매해줘야 한다고 EU에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그렇게 하지 않겠다면, 끝장을 볼 때까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덧붙였다. ‘관세’는 대문자(TARIFFS)로 써서 강조했다.
트럼프의 주장에 EU는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에너지 부문을 포함해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올로프 질 EU 집행위 무역담당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이미 차기 미 행정부와 에너지 문제를 포함해 건설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8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트럼프와의 통화에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방안을 제안했다며 “러시아산을 미국산으로 대체하면 우리에겐 더 저렴해 에너지 가격을 낮출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질 대변인은 이날 트럼프의 ‘무역 적자’ 주장에 대해선 “상품 부문에서는 EU가 흑자인 반면 미국은 서비스 부문에서 흑자를 기록 중”이라고 반박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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