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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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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m거리에서 "탄핵 찬성" "탄핵 반대" 고성…경찰 '진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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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 설치해 길 건너로 '도발'…유튜버 "집회 방해 아니다"

시민들 "시끄러워서 일을 못 하겠다"…경찰 "충돌 막는 수밖에"

뉴스1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한 정치 유튜버가 보수 집회 측을 향해 스피커를 설치하고 "윤석열 파면"을 외치고 있다. 한 보수집회 참여자와 유튜버간 충돌이 발생하자 경찰이 기동대 버스 2대로 차벽을 만들어 시야를 차단했다. 2024.12.20/뉴스1 ⓒ 뉴스1 장시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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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시온 기자 =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후 탄핵 찬반을 주장하는 보수·진보 집회가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동시에 열리면서 양측 충돌이 격화하고 있다.

경찰은 경력 배치를 늘려 최대한 양측 충돌을 막겠다는 입장이지만 시민들은 "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앞으로 몇 달 동안 이런 불편을 겪어야 하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20일 오후 3시쯤 서울 종로구 안국역 5번 출구 앞. 한 정치 유튜버가 대형 확성기를 설치한 뒤 "탄핵이 답이다" "윤석열 파면해"라는 내용의 노래를 크게 틀고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길 바로 건너편에는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보수 집회가 오후 2시부터 열리고 있었다. 유튜버가 노래를 틀고 마이크로 욕설을 하자 집회 참여자들 수십명은 길 건너를 향해 "노래 꺼라" "왜 여기서 난리냐"고 소리를 질렀다.

5명의 집회 참여자는 직접 길을 건너와 유튜버에게 "여기서 뭐 하는 거냐?"는 등 항의했다. 유튜버도 반발했고 양측의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다. 현장에 있던 경찰이 제지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유튜버가 보수집회 측을 향해 설치한 스피커로 탄핵 찬성 노래를 틀며 도발하자 보수 집회 주최 측이 경찰에 "집회 방해 아니냐"며 항의했다. 경찰은 기동대 버스 2대를 도로 중간에 배치해 양측 시야를 차단했고 유튜버 주변에 경찰 10여명을 배치했다.

양측은 오후 4시쯤 유튜버가 철수할 때까지 3~4차례 더 충돌했다. 경찰이 유튜버를 약 50m 떨어진 4번 출구 인근으로 이동시킨 뒤에도 방송은 계속됐다. 이 유튜버는 "정당하게 집회 신고를 했다"며 "집회 방해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같은 시각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도 보수·진보 단체의 탄핵 찬반 집회가 열렸다. 오후 4시쯤 한 진보 집회 참여자가 길을 건너와 보수단체 측에 항의했고 보수집회 참여자가 "저리 가라"며 충돌했다. 이때부터 경찰은 진보 집회 참여자가 길을 건너오는 것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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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일인 14일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대한민국살리기국민운동본부를 비롯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12·14 광화문 국민혁명대회를 하고 있다. 2024.12.14/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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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안국역과 헌법재판소 인근은 양측이 서로를 향해 외치는 구호와 고성으로 가득 찼다. 안국역 인근의 건물 관리인은 현장에서 경찰에 "집회 장소를 옮길 수 없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관리인은 "여기는 사무실 바로 앞인데 직원들이 도저히 소음 때문에 일을 할 수가 없다고 해서 항의하러 왔다"고 했다.

인근 직장인 김 모 씨(60)도 "시끄러워서 죽을 것 같다"며 "탄핵이 되든 안 되든 앞으로 맨날 이렇게 시달려야 하나"라고 울상을 지었다. 한복을 입고 안국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얼굴을 찌푸리며 현장을 급히 뜨는 모습이었다.

경찰은 집회 신고가 돼 있어 충돌을 막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 경찰이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했다가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집회 방해 자체는 불법이 맞지만 이도 저도 못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막을 방법이 법적으로 없다"며 "경력을 동원해 최대한 충돌을 자제시킬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안국역 인근에서 양측이 충돌하던 오후 3시에서 4시 사이 소음은 최대 85~90dB(데시벨)을 기록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학교 근처에서 일몰 전 집회를 할 경우 최대 80dB을 넘을 수 없다.

경찰은 학교 인근에서 1시간 내 2회 이상 기준치 초과가 확인되면 기준 이하의 소음 유지 또는 확성기의 사용 중지를 명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경운초등학교 인근에 소음 측정기를 설치해 피해가 없도록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주말에도 광화문 등 서울 도심 곳곳에서 대통령의 탄핵 찬반 대규모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양측 집회가 1km도 채 안 되는 거리에서 열리면서 충돌 우려도 나온다. 경찰은 경력을 투입해 양측을 분리한다는 방침이다.

zionwk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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