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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은행 진짜 달라져야” 경고에 대규모 물갈이…금융권에 부는 ‘칼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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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고·이자장사 눈총에

시중은행 4곳 은행장 교체

자회사 CEO도 대거 물갈이

임원인사도 파격 이어질 듯

이복현 원장 ‘매운 맛’ 압박

헤럴드경제

이환주(왼쪽부터) KB국민은행장 후보자, 이호성 하나은행장 후보자, 정진완 우리은행장 후보자, 강태영 NH농협은행장 후보자 [각 사 제공, 123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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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올 연말 금융권에서 대규모 인사가 이어지고 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4곳의 은행장이 교체되고 자회사의 임기 만료 최고경영자(CEO)가 대거 물갈이되는 등 고강도 인적 쇄신이 이뤄지는 분위기다. 하나둘 본격화되는 임원 인사에서도 예년에 비해 큰 폭의 변화가 감지된다.

금융사들은 최근 호실적에도 ‘이자 장사’라는 눈총을 받고 있고 연이은 금융사고로 내부통제 강화에 대한 당국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저성장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선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세대교체를 통해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작업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NH농협금융지주는 지난 20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차기 NH농협은행장에 강태영 NH농협캐피탈 부사장을 추천했다.

NH농협은행까지 CEO 교체를 선택하면서 KB국민·하나·우리를 포함한 4개 시중은행이 새로운 사령탑을 맞게 됐다. 앞서 KB국민은행은 이환주 KB라이프생명보험 대표를, 하나은행은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을 각각 차기 행장으로 내정했으며 우리은행은 정진완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택했다.

이번 은행장 인사의 면면을 보면 변화의 흐름이 읽힌다.

일단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경우 현 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팽배한 가운데 나온 깜짝 인사였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 후보자는 첫 비은행 계열사 대표 출신이고 정진완 우리은행장 후보는 1968년생으로 주요 시중은행장으로는 가장 어리다.

자회사 전체로 시선을 넓히면 파격적인 인사 흐름은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 20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개최한 우리금융그룹은 연말 임기가 끝나는 자회사 CEO 6명을 모두 바꾸기로 했다. 카드사 대표로는 첫 외부전문가를 추천했고 지주 재출범 이후 처음으로 여성 CEO 후보자도 냈다. 인적 쇄신을 통해 그룹 전체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주요 금융지주로는 유일하게 은행장 연임을 결정한 신한금융지주는 이번에 자회사 9곳의 CEO를 교체한다. 연말 CEO 임기가 만료되는 계열사 13곳 중 70%를 물갈이하는 것이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언급한 ‘바람이 바뀌면 돛을 조정해야 한다’는 격언이 들어맞는 대규모 인사다.

KB금융지주는 대표 임기가 끝나는 5개 계열사 중 KB증권을 제외한 4곳의 수장을 바꾼다. 특히 카드·보험사에 50대 중반 CEO를 내정하는 등 50대를 전진 배치하며 세대교체를 본격화했다. NH농협금융지주에서도 임기 만료를 앞둔 6개 계열사 대표 중 1명만 연임에 성공했다. 지주 회장 인선 절차가 지연되는 와중에도 5개사의 CEO를 교체하며 변화를 예고했다.

다른 금융지주와 비교하면 비교적 CEO 인사 폭이 크지 않았지만 하나금융지주도 연말 임기가 만료되는 12개 계열사 대표 중 절반 이상인 7곳을 갈아치웠다.

남은 임원급 인사에서도 쇄신의 움직임은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주요 금융사 CEO가 바뀐 만큼 조직 전반에 변화를 주는 강도 높은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1970년대생이 주축으로 세우는 등의 과감한 세대교체와 조직 슬림화를 통한 경영 효율성 제고 등이 움직임도 예상된다.

실제 이미 임원 인사를 발표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만 봐도 인사 폭이 큰 편이다. 신한은행은 임기 만료 임원 14명 중 9명을 교체했다. 본부장이 아닌 부서장이라도 파격적으로 임원으로 발탁했으며 특히 1970년생 이후 젊은 임원을 6명 기용해 세대교체 속도를 높였다.

우리은행의 경우 부행장급 임원을 5명 줄이고 기존 부행장의 절반에 달하는 11명이 물러나는 인사를 냈다. 이번에 승진한 6명 부행장 중에는 1971년생이 포함돼 있고 통상 부행장 임기를 마친 임원이 영전하던 해외 법인장 자리에도 1970년대생 본부장을 임명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근 일련의 금융사고로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고 경기 침체 속에서도 이자 장사로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을 피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 시점”이라면서도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수익성을 강화할 방안을 우선적으로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주택건설회관에서 열린 건설업계·부동산시장 전문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금융지주 검사 결과 발표를 내년 1월로 미룬 데 대해 “위법 행위에 대해 경미하게 취급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매운맛으로 시장과 국민에게 알리려는 의도”라고 밝혔다.

특히 하나금융지주의 최근 이사 정년 규정 개정 관련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연임에 도전하면 본인에 대해선 규정을 적용받지 않겠다고 하실 분”이라고 말했고, “우리금융지주와 관련해선 현 임종룡 회장 체제에서도 파벌주의 문제나 여신, 자산운용 등 난맥상이 크게 고쳐졌다고 보지 않는다”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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