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난 11월 상법개정안 당론으로 채택
소액주주 “주주 보호장치 없어 국장 빠져나가”
재계 “결국 일반주주에게 장기적으로 피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상법 개정 어떻게 할 것인가’ 정책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민주당의 상법개정안, 여야 입장 차
21일 국회 의안발의시스템에 따르면 민주당 이정문 의원이 대표발의한 상법 일부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올라가 있다. 법사위는 지난달 26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상법개정안 논의를 시작했다.
이 의원은 제안이유로 ‘현행 상법이 이사의 회사를 위한 충실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나 주주를 향한 충실의무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우리나라 기업들은 합병·분할 등 각종 지배구조 개편 시 대주주 이익만 획책하고 소액 다수 주주의 이익은 외면한다는 지적이 많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를 명문화해 총 주주 이익을 보호하고 이사회 구성을 다양화하고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 회사의 의사결정과 경영에 있어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고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현행 법률로는 이사의 충실의무를 적시한 제382조의3에서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돼있으나 발의된 개정안에는 ‘의사의 충실의무 등’으로 수정하고 ①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 및 주주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 ②이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총 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고 두 번째 항목을 신설했다.
민주당은 상법 개정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후진적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고 본다. 민주당은 지난달 14일 이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반면에 정부·여당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1·2·3대 주주 또는 소액주주가 있고 이들은 이해관계가 굉장히 상충한다”며 “(모든) 주주를 충실의무 대상으로 넣으면 많은 혼란이 있을 수 있다”고 개정에 부정적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 디베이트Ⅱ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상법 개정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일반 소액주주와 기업 지배주주, 이해관계 다르지 않아”
여야 반대만큼 재계와 소액주주 간 입장도 상반된다. 민주당의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명한석 참여연대 실행위원은 “회사에서 제일 중요한 주주를 보호하는 장치가 없는 상황을 입법적으로 해결하자는 취지”라며 “주주 보호장치가 전혀 없어서 (소액주주가) 투자하기 어려운 환경이고 그래서 외국 주식시장으로 빠져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광현 두산에너빌리티 소액주주는 “우리나라 젊은 개미 투자자들이 한국장을 대거 이탈해 외국 주식이나 코인에 투자해 이들을 돌아오게 하려면 경영진이 감내할 만한 수준의 개혁으로는 어림도 없다”고 꼬집었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 윤태준 소장은 기업 지배주주와 일반 소액주주의 이해관계가 다른 것처럼 그려지는 구도를 비판했다. 윤 소장은 “투자자가 회사에 가장 원하는 것은 장기성장을 위한 설득력 있는 투자”라며 “내가 투자하는 회사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설득되는 비전을 제시하면 사측 편을 든다”고 말했다. 그는 “소액주주가 단기 배당만 노리는 듯이 마치 소액주주와 지배주주 이해관계 다른 것처럼 재계가 이야기하는 게 속상하다”며 “원론적 한 회사 기준으로 기업 회장님이 좋으면 소액주주도 좋은 것”이라고 했다.
다만 “재계의 말을 들어보면 결국 비례적 이익 못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어떤 주주의 이익이 다른 주주의 이익보다 중요하고 더 심하게는 회사를 일궈온 사람의 한 주는 다른 투자자의 한 주보다 더 소중하단 뜻”이라고 지적했다. 윤 소장은 “재계 얘기가 전부 여기 묶인 담론”이라며 “한국기업 행태를 보면 자식을 다 키운 후에도 품 안의 자식으로 두고 있으려는 부모 느낌이 드는데, 일반 투자자 자금이 대규모로 투입된 순간, 더 이상 회사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자식이란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난 50년 이상 깨진 적 없는 일반주주와 기업인 간 부끄럽고 구시대적인 관계를 깨는 첫발이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라고 주장했다.
◆재계 “경영권 분쟁 많아지고 주주 간 이해 충돌할 수도”
같은 토론회에 참석한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이사의 충실의무가 확대되면 비상장 기업의 상장 동기가 없어진다”며 “주식시장은 위축되고 결국 기업 경영을 법원에 맡기게 된다”고 주장했다. 김동욱 현대자동차 부사장은 2019년 외국계 행동주의펀드 엘리엇이 현대차그룹 경영권을 노렸던 일을 언급하며 “회사의 장기적인 미래 비전보다 배당 확대를 위한 단기적 이익 실현을 추구한 대표적 사례”라고 들었다.
프레스 기기를 제조하는 중견기업 ‘심팩’의 정연중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주주의 이해와 회사의 이해가 충돌하는 경우, 주주 간 이해가 충돌하는 경우 이사회는 어떤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할지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9일 국회에서 개최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상법 개정 어떻게 할 것인가’ 정책 토론회에서 사회를 맡은 이재명 대표(아랫줄 왼쪽 네 번째)와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대한상의는 상법개정안 관련 ‘경제계 우려 5가지 문제’ 자료를 내고 “현행법상으로도 이사의 경영상 행위에 사법 리스크가 존재한다”며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규정하면 △이사에 손해배상 청구 확대 △배임 고소·고발 증가 우려 △판례 정립 때까지 기업과 주주 혼란 가중 △인수·합병(M&A)나 신규투자 등 미래를 위한 의사결정 위축 △단기차익·배당 원하는 주주 요구 매몰 가능성 등을 제시했다.
행동주의펀드 등 해외 투기자본의 국내기업 경영권 공격이 늘어날 것도 우려했다. 대한상의는 “외국계 투기자본이 소액 지분을 확보 후 경영권 이슈를 제기해 단기로 주가를 부양한 뒤 차익을 실현하고 떠나는 ‘먹튀’ 투자 행태가 다수”라며 “결국 일반주주에게 장기적으로 피해로 귀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국을 봐도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명문화한 나라는 찾기 힘들다는 것 또한 재계의 반대 근거 중 하나다.
민주당은 현재 비상장 법인까지 모든 회사에 상법개정안을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적용 대상을 상장법인으로 좁히자는 입장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에 나선 상태다.
이 대표는 “상법 개정이 매우 어려운 주제기는 하지만 결국 결정을 해야 하고, 민주당이 상당 부분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라며 “여러분의 의견을 잘 듣고 합리적 의사결정에 이르도록 노력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