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통상임금 요건 '고정성' 폐기 판단… 6조8000억원 임금 부담 추가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19일 조건부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판례를 내놓았다. /더팩트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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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박용환·박병립·박은평·장병문·허주열·황원영·문은혜·이성락·김태환·황준익·이한림·이중삼·공미나·장혜승·최의종·이선영·우지수·이라진·조소현·문화영·김해인·황지향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김태환 기자] 하루 중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冬至)'가 지났습니다. 전국 곳곳에 폭설이 내리기도 했는데요. 춥고 어두운 겨울 속에서도 독자 여러분들 모두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를 위하는 하루하루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주에도 경제계 전반에 여러가지 이슈들이 등장했는데요. 대법원에서는 통상임금과 관련해 조건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보아야 한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재계의 임금 부담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탄핵 정국과 더불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여파로 국내 증시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국내 주식 투자자들에게 우울한 겨울이 되고 있고, 이 울상을 짓고 있습니다.
한미약품그룹에서는 모녀 측인 4자연합(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 신동국 회장, 킬링턴 유한회사)이 형제(임종윤 사내이사,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측과 경영권 분쟁에서 이사회 우위를 유지하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 통상임금 판결에 경영계, 인건비 부담 '우려'…노동계 "당연한 결과"
-재계 소식 먼저 들어보겠습니다. 경제산업 전반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통상임금' 개념이 11년 만에 재정립됐죠?
-그렇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19일 현대자동차와 한화생명보험 전·현직 근로자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전원일치' 의견으로 통상임금 요건 중 '고정성'을 폐기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통상임금은 소정 근로에 지급하기로 정한 월급 등을 의미합니다. 퇴직금 계산 등에 기초가 되기에 통상임금에 산입하는 급여가 많으면 근로자에게 유리하지만, 사측은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게 됩니다. 이번 판결로 통상임금 범위가 대폭 확대된 셈입니다.
-앞서 한화생명 전현직 근로자는 2016년 지급 시점에 재직 중인 사람에게만 주는 조건부 정기상여금에 대해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며 재산정한 임금을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재직자라는 조건이 붙어 '고정성'을 인정하지 않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입니다. 현대차는 매월 '15일 이상 근무'라는 조건이 있었습니다. 이에 현대차 근로자들이 2021년 근로일수 조건부 상여금도 통상임금이라면서, 사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한화생명 근로자는 1·2심 원고 일부 승소, 현대차 근로자는 1·2심 모두 패소한 상황이었습니다.
-11년 만에 판례가 바뀌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점을 다르게 판단했나요?
-앞서 지난 2013년 대법원은 통상임금 조건을 정기성과 일률성, 고정성으로 제시했습니다. 여기서 고정성에 대해 소정 근로를 제공하면 당연히 지급될 것이 예정돼 임금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사전에 확정돼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봤습니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서는 고정성이 제외됐습니다. 어느 법령에도 고정성을 띠어야만 한다는 근거가 없다는 판단입니다. 임금을 지급하기로 하거나 얼마를 지급할 것인지 미리 확정돼야만 한다면 범위가 부당하게 축소된다는 의미입니다. 한화생명 사건은 원심이 확정됐고, 현대차 사건은 파기 환송됐습니다.
-모든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의미인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실적에 따른 성과급은 통상임금에서 제외됩니다. 인센티브 등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대법원은 경제계 영향을 고려해 새로운 법리는 해당 사건과 병행 사건에 적용되나 이외 사건은 선고 이후부터 통상임금을 산정할 때 적용되도록 했습니다. 판례가 변경되면서 생길 수 있는 혼란을 막고 판례 법리에 신뢰를 보호하겠다는 취지입니다.
-통상임금 개념이 재정립되면서 노동계는 반기는 분위기였겠네요.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논평을 통해 늦었지만 당연한 판결이라는 환영 입장을 밝혔습니다. 단체들은 고용노동부가 즉시 판례 변경에 따른 통상임금 산입범위에 행정해석 자료집을 제작 배포해 현장에서 불필요한 노·사 분쟁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회도 통상임금 개념과 판단기준을 법률로 명시해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경제단체 등 경영계는 즉각 우려를 나타낸 모습이네요.
-그렇습니다.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달 조건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산입되면 기업이 6조8000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올해 2월 기업 86%가 인건비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경총은 선고 직후 경영환경이 악화할 것이라며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고용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통상임금에 대한 뉴노멀이 나왔는데, 노사 모두 새로운 관계 정립이 필요해 보이네요.
-경영계도 근본적인 개선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대한상의는 선고 이후 낸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체계를 직무급으로 바꾸는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비상계엄과 그에 따른 탄핵 정국 등 국내 정치 리스크와 트럼프 2기 출범 등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 기업도, 근로자도 어려운 시기에 통상임금에 대한 뉴노멀이 나와서 중지를 모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기업은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고, 근로자는 위기를 극복하는 데 노력해야겠습니다.
☞<하>편에서 계속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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