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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이슈 취업과 일자리

중장년 남성은 ‘배달’로, 여성은 ‘돌봄’으로… 취업자 13년새 300만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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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에 살고 있는 50대 A씨는 최근 쿠팡 등에서 배송기사로 일할지 고민하고 있다. 다니고 있던 회사 사정이 악화해 권고사직 형태로 나온 뒤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이 안 보여서다. A씨는 “이 나이에 새로운 회사에 들어가기도 어렵고, 장사 경험도 없어 막막한 상황”이라면서 “배달기사는 진입장벽도 높지 않아 보여 한 번 도전해 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13년 새 중장년층(40~64세) 취업자가 약 300만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50세 이상 취업자 증가가 중장년층 취업자 증가세를 견인했다. 중년 남성의 취업자 증감은 인구 규모의 증감으로 설명되는 반면 중년 여성의 경우 돌봄서비스의 폭발적 성장 등 산업·직업 구조의 변화가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4’에 실린 ‘인구구조 변화와 중장년 노동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장년층 취업자는 1564만명으로 15세 이상 취업자 수의 55.0%를 차지했다. 2010년의 경우 중장년층 취업자는 1263만명이었고 15세 이상 취업자 비중은 52.6%였다.

중장년층 취업자가 증가한 건 인구변화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40대 인구 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50세 이상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다. 실제 중장년층 중 2010년에는 40대가 최대 다수였지만 2023년에는 50~54세 집단이 가장 많았다.

연령별로 보면 2010년과 2024년 사이 40대 남성 취업자는 34만2000명 감소했다. 반면 50~54세에서는 25만8000명 늘었고, 55~59세와 60~64세에서도 각각 67만명, 78만8000명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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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자 증가 양상은 성별로 달랐다. 중장년층 남성 취업자의 증가는 주로 인구구조 변화에 맞춰서 진행됐다. 가령 50~54세 구간 남성의 경우 인구수 증가가 해당 기간 취업자 수 증가를 전적으로 설명했고, 40~44세 감소한 취업자 수의 83%는 인구 규모 감소가 배경이 됐다. 중장년층 여성의 경우 역시 인구분포 변화가 취업자 수 증감의 주요 요인이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

중장년층 취업자의 산업분포 변화를 보면 40대 남성은 2014년 대비 2023년 택배기사 등 소화물 전문 운송업 취업자가 4만4600명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고,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2만8700명), 보관 및 창고업(2만3600명) 등이 뒤를 이었다. 50대에서는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이 3만1900명으로 증가폭이 1위였고, 이어 소화물 전문 운송업(3만600명), 사법 및 공공질서 행정(2만2500명) 순이었다. 반면 40대와 50대 남성 취업자 중 자동차 운전원의 수는 지난 10여년간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반면 60~64세 취업자에서 자동차 운전원의 수가 모든 직업 중 가장 크게 증가하는 등 주요 일자리의 고령화도 포착됐다.

지난 10여년 동안 진행된 돌봄서비스 산업의 폭발적 성장은 중장년층 여성의 취업 지형을 변화시키는 주된 요인이었다. 2014년 대비 2023년 40대 여성 취업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부문은 의원(4만4800명)이었고 병원(3만4600명)이 뒤를 이었다. 50대 여성에서는 비거주 복지시설 운영업(14만700명)의 증가폭이 가장 컸고, 60~64세에서도 비거주 복지시설 운영업(11만1200명)의 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연구진은 “40~50대 남성에게 새로 부상하는 공통의 일자리는 소화물 배달원으로 최근의 플랫폼 경제 확산에 따른 불안정 비임금 근로와 관련된 일자리가 증가하고 있음을 암시한다”면서 “사회 전반의 고령화와 가족구조 변화에 따른 돌봄서비스 수요 증가는 요양원과 같은 거주복지시설과 재가돌봄서비스와 같은 비거주복지시설, 의원과 병원 등 사회서비스의 성장으로 이어졌으며 이는 중장년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중장년은 청년기와 노년기를 잇는 일종의 이행기로 이 시기 개인의 경제적 불안정은 부양가족, 즉 아동 및 청년과 노인의 빈곤은 물론 본인의 노년기 빈곤 문제와 직결될 개연성이 높다”면서 “이 시기 경제활동의 미비와 원치 않는 가족 형성의 실패는 남은 생애 과정에 사회적 고립과 같은 심각한 상처를 남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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