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발표로 분당·평촌·일산·중동·산본 등 5개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일단 불식시키는 데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는 평가이다.
앞서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대책 발표 전날 출입 기자단과의 간담회를 통해 "당초 계획대로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구체안을 들여다보면 정부의 추진 의지를 무색하게 하는 점이 있다. '전세난'과 '교통대란' 우려를 해소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국토부는 한마디로 1기 신도시 재건축 이주 대책을 "이주 수요를 시장에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단, "일시적 공급 불균형만 정부가 이주 지원 주택을 신규 공급해 입주 수요를 흡수하겠다"며 정부의 간여를 최소화하겠다는 자세다. 분당과 평촌·산본의 유휴부지에 이주 지원 주택 7700가구 규모의 신규 공급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자료=국토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국토부는 이 같은 근거로 향후 5년간 이주 수요보다는 입주 물량이 많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시했다. 각 1기 신도시 중심지로부터 10km 이내 공급 물량이 충분하다며 과천시 2기 재건축의 사례를 들었다.
하지만 시장에서의 전망은 이와 다르다. 당장 내년부터 전국 입주 물량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5개 1기 신도시가 포함된 경기지역은 약 40%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월세 시장의 불안이 가중될 수 있는 근거이다.
물론 국토부는 1기 신도시 선도지구의 이주가 본격화되기 전 내후년부터 인허가·착공 물량이 대폭 늘어나면서 '공급절벽'이 해소될 것으로 설명하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낙관만 하기 어려운 상태이다. 공사비 급등으로 인한 갈등은 여전하고 미분양 증가에 따른 민간 건설사들의 공급 여력은 크게 떨어진 상태이다.
정부의 시각은 수요자 관점과도 동떨어져 있다. '10km 이내' 공급 물량이 충분하다는 자료를 제시했지만 신도시 주민의 특성을 간과하고 있다. 이들은 신도시 내 커뮤니티를 중시한다. 아무리 임시 이주 수요라 하더라도 신도시 내 생활권에서 벗어나는 것을 꺼리는 특성이 강하다. 특히 분당 등 자녀의 교육 문제에 민감한 신도시 주민들은 학교와 학원가에서 멀리 벗어나기 어렵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하지 않는다면 선도 지구 주변 지역의 전세난과 전셋값 급등은 불 보듯 뻔하다.
국토부는 전세난이 일어날 경우 관리처분계획 등을 통해 '속도 조절'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뒤로 미뤄질 재건축 단지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이다.
여기에 통상적인 전월세 수급 예측도 포함됐는지 묻고 싶다. '임대차 2+2 계약 갱신'과 '5% 상한제'를 내용으로 하는 '임대차 2법'으로 인해 반복되는 전세난과 겹치기라도 한다면 전세 대란을 키우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이번에 함께 발표된 교통 대책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35개 도로·철도 중장기 광역교통 계획을 적기에 준공한다" 외에 '특단의 교통 대책'을 찾아 보기 어렵다. 대중교통 수송 분담률을 높여 교통 혼잡을 줄이겠다는 게 이번 대책의 핵심이다.
현재 39만 2000가구가 거주하는 5개 1기 신도시의 인구는 95만 4000명이다. 2035년까지 14만 5000가구가 추가 공급돼 53만 7000가구 규모를 수용하게 된다. 28만 8000명이 더 늘어난 124만 2000명의 인구를 기존 중장기 광역교통 계획으로만 교통량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붙는다.
국토부는 재정비 이후 신도시 내 과밀화를 우려하면서도 이번 발표에서 신도시 내 도로망 재정비 계획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구체안은 아니더라도 원칙과 방향성은 제시됐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토부는 '2027년 착공, 2030년 입주' 계획에 변동이 없음을 재차 밝혔다. 이 목표를 지키려면 입주 물량이 제때 나와야 하고 이주 계획도 목표대로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하는데 여전히 불투명한 '정치적 변수'가 마음에 걸린다.
dbman7@newspim.com
저작권자(c)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