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펑 3호(왼쪽)와 덴마크 군함. EPA 연합뉴스 |
지난달 중순 발트해에서 발생한 ‘해저 케이블 절단 의혹’을 받는 중국 선박이 한 달 만에 조사를 받고 출항했다.
22일 로이터통신 등 보도를 보면, 스웨덴과 덴마크 사이 카테가트 해협에 정박해 있던 중국 선박 ‘이펑 3호’가 전날 북쪽으로 항해를 시작했다. 스웨덴 해안경비대는 “이 선박이 이집트의 포트 사이드로 향한다고 보고했다”며 이 선박을 계속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17~18일 스웨덴-리투아니아를 잇는 218㎞ 길이의 해저 케이블과 독일-핀란드를 연결하는 1200㎞ 길이의 해저 케이블이 돌연 절단됐다. 당시 중국 선박인 이펑 3호가 주변 해역을 지났으며 자동식별장치를 끈 채 닻을 내리고 180㎞ 이상 항해하는 등 이상 행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웨덴과 핀란드, 독일 등은 이번 사건이 “고의적인 파괴 행위일 수 있다”며 조사에 나섰고, 이펑 3호를 포위해 지난달 19일부터 카테가트 해협에 정박하도록 했다.
유럽 국가들은 이펑 3호 조사를 놓고 중국 쪽과 수 주 동안 비밀협상을 했고, 지난 19일 조사에 들어갔다. 조사는 이펑 3호가 정박해 있는 카테가트 해협의 공해에서 이뤄졌다. 독일이 9명, 스웨덴이 6명, 핀란드가 3명, 덴마크가 1명의 조사관을 파견했고 중국도 19명의 조사관을 보냈다. 조사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유럽 국가들은 이펑 3호가 러시아 정보기관으로부터 해저 케이블에 대한 파괴 공작을 사주 받았는지 의심하고 있다. 길이 225m, 폭 32m의 화물선인 이펑 3호는 러시아산 비료를 싣고, 지난 15일 러시아의 발트해 항구 유스트-루가를 출발했다.
발트해에서는 지난해 10월에도 핀란드와 에스토니아를 잇는 해저 가스관과 통신 케이블이 파손된 바 있다. 당시 홍콩에 선적을 둔 화물선의 운항 경로가 가스관과 케이블 파손 시점 및 장소와 일치했고, 중국 쪽도 이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럽과 중국은 이 사고가 우발적인 것인지, 고의에 의한 것인지 밝히지 않았다. 이 화물선 역시 러시아 항구에서 출발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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